동유럽 여행 4

그러니까 나는 아내를 잘 만났다.

by 준둥

나의 아내가

임신을 한 뒤로

아내는 사진을 별로 찍지 않았다.


임신을 하고 나서 퇴근 한 후면

집에 와서 낮잠을 자기 마련이었고,


금요일 저녁이면 지쳐서, 주말 내내 잠을 자다

일요일 오후쯤이나 되어야 조금 움직이곤 했었다.

그러다보니, 밖에 나갈 일도, 화장을 할 일도 더더욱 없었으리라.


언젠가 나에게


"오빠 나 요즘엔 사진을 하나도 안 찍는다?"


덜컥.


그 말을 듣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우울증의 여러 시작점 중 하나가 사진을 찍지 않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애써 차분하게,

나는 주말에 놀러가서 사진을 찍자고 했다.

물론 그 주말에도 피곤해서 나가지도 못했다.


결혼 한 직후 준비한 동유럽 여행이었는데,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비용을 들여 스냅 사진을 많이 찍기로 했다.


그 처음이 프라하에서였다.


프라하에서의 촬영은 많이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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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저 먼 프라하 성이 원경으로 보이고,


벽돌을 굽다보니 붉어진 지붕들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우리의 기억들도 그렇게 켜켜이 쌓여 가나 보다.



"오빠 이거 나 두 줄인데?"

그녀는 거실 화장실에서 확인 한 뒤


울었다.


나는 너를 안아주었고,

같이 거실 쇼파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서 몇 주간 그녀는 많이 울었다.

잠이 많이 왔고, 많이 울고, 많이 피곤해 했다. 심지어 먹는 것도 많이 줄었다.


왜 많이 울었을까? 나는 그 마음을 잘 모르겠었다.

그것이 궁금하다 하여 애초에 뭐가 슬프냐고 난 물을 수 없었다.


또한, 무엇보다 본인도 자신이 우는 이유를 잘 몰랐다고 생각한다.

아마 지금도 잘 모르리라 생각한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아마도,

자신의 삶이 크게 변하는 것에 걱정했나보다.


어쩌면 본인에게 아기가 생긴다는 것은

더 이상 예전처럼 돌아갈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여겼나 보다.


그녀에겐 남편과 함께 하는 둘 만의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나는 생각한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들을 적어본다면,

엄마, 오빠, 나 자신, 꿈, 젊음, 청춘, 고등학생, 직장, 친구들, 여행 등이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의 합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난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 모든 것들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아이가 생긴다고 하여, 그 모든 것들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들과 함께 내가 걸어나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과거의 숱한 나와 지금의 내가 함께 걸어간다는 거다.

그러니까, 엄마, 오빠, 나, 꿈, 젊음, 청춘, 고등학생, 직장, 친구들, 여행

그리고 떨림, 순간, 설렘, 걱정, 변화. 들과 함께한다는 거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감각을 마음에만 담아둬서는 안되겠다.

우리의 마음을

사진이라는 프레임에 잠시 붙잡아두고자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어날 아이에게도 자랑해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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