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여행 1

간절함보다 귀한 것은

by 준둥

아내는 자고 나는 글을 쓴다.


이러한 일들이 이번 유럽 여행동안 꽤 많으리라 생각한다.


임신을 한 뒤로 아내는 잠이 많아졌다. 원래는 잠이 나보다 훨씬 적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러니까 나는 아내가 자는 모습을 많이 보고 산다.


우리가 프라하 호텔에 일찍 도착했을 때, 얼리 체크인이 되지 않았다.

아내는 호텔 내부의 카페의 쇼파에 누워서 잠에 들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돌아다니고, 시끄럽고, 아내는 피곤한 상태로 선잠에 들고, 그녀의 다리는 퉁퉁 불어 있었다.

"많이 힘들어?"

"아니 괜찮아. 난 30분만 더 자면 정말 컨디션이 나아질 거 같아~"


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속으로만 '시간아 지나가라', 지나가라' 그 정도 마음 속으로 되뇌이는 일?


꽤 힘겨운 시간이었다.



그래도, 이후 일을 간단히 설명하면

언젠가 글을 읽으며 세상에서 간절함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는 건 몇 가지 없다고 하였다.

난 다시 한 번 프런트에 이야기하면 얼리 체크인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얼리 체크인이 되었다.


같이 호텔 방 안에서 삼국유사의 일화를 하나 읽었다.

정수 스님에 관한 이야기였다.

정수 스님이 천엄사에서 도력을 높이고 나서 황룡사로 복귀하는 길이었다.

황룡사 길 거리에 한 거지 여인이 아이를 낳고 추운 겨울에 길거리에 혼자 널부러져 있었다.

정수 스님이 없었다면, 아마도 여인은 그 날 밤을 못 넘겼으리라.


정수스님은 그 여인을 마치 엄마가 아기를 안아주듯 안았다.

아마도? 그 모습을 여럿 세간의 사람들은 정수스님에 대해 수근거리며 험담했으리라 생각한다.


"스님이 여인을, 그것도 지쳐있는 거지 여인을 탐했다."

"저 스님은 처음보는 사람인데, 여인을 탐하고 있다. 내일 아침 황룡사에 가서 따져야지."


스님은 그것이 두렵지 않았나보다.

천엄사에 갔으면, 하늘이 엄한 것을 알았을 텐데, 그래서 그럴까?

사람은 두렵지 않고 하늘이 두려웠나보다.


여인은 조금 체온을 회복하고 난 뒤에, 스님은 자신의 옷을 모두 벗어다 주고

본인은 황룡사로 돌아와 대충 옷을 입고 밤새 기다렸다.

스님은 밤을 세우는 동안 무엇을 생각했을까?


여인에 대한 걱정, 아이에 대한 걱정, 그리고 조금은, 어느 정도는, 세간 사람들에 대한 비판, 또 큰스님의 호령, 나의 행동을 납득시키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 등이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다행히 정수 스님의 진심은 굳이 본인이 나서서 해명하지 않아도 되었다.


왕궁의 터에서 갑자기

"정수스님은 국사로 삼아라!" 하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다.

왕은 혼비백산하여 정수 스님을 찾고,

그래서 정수 스님도, 아마도 여인도, 또 아마도 아기도 해피엔딩을 맞이했으리라 생각한다.


프라하에는 홀리쇼비체라는 곳이 있다.

요즘 사람들이 자주 가는? (나도 요즘 사람인데 말이다.)

힙한 곳이라고 했는데, 겨울에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어서 그런지 그냥 황량하고 쓸쓸한 곳이었다.


추위를 견디며 걷다가 이름도 기억 안나는 카페를 들리고 다시 트램을 타기 위해서 복귀하는 길이었다. 우리는 낯선 성당을 만났는데 이름은 안토니 성당이라고 한다.


아무도 없는 낯선 곳이어서 조금 무섭긴 했다.

마굿간에서 태어난 예수님, 성모 마리아, 또 인간의 몸을 입은 예수님의 행적을 그림으로 그린 벽화들, 예수의 희생.



우리는 예배하는 곳에 앉았다. 의자 앞에는 무릎 꿇고 기도할 수 있었다.

아내는 무엇인지 모르고 발을 올려두던데, 나는 무릎을 꿇자고 했다.


큰 의미를 두는 건 아니지만, 새해 처음 기도를 했다.


나는 정수스님이나, 예수님처럼 큰 사람은 되지는 못하나보다.


나의 바람, 나의 목표, 나의 꿈 등 나와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만 빌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기도를 참 많이 했다.

아내는 내 기도가 길었는지 나를 쳐다보고 눈을 떴다가 급하게 감고 그랬다.




다시 트램을 타는 길.


첫 눈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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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열심히 글을 쓰고 있나보다.

아내가 잠에서 깼다.


이번 글은 여기까지~ 프라하 전경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해야하는데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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