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2019.7.2. 화.ㅡ
한 달 동안 먹거리를 생각하는 한달살이의 계획 속에는 제주에서 즐기는 특산품을 생각하게 되었다.
제주 사는 지인이 한달살이 집에 제주에서 맛나게 먹은 미니 밤호박을 한 박스 배달시켜서 집 앞에 방긋 웃고 있었다.
그리고 성산 수협에서 제주 은갈치 행사를 한다는 소식을 전해주니 바로 엄마랑 수협으로 달려갔다.
한달살이 집 부근이라 아침 일찍 가서 한 박스를 사고 싱싱한 멜ㅡ멸치ㅡ를 한 봉지 샀으니 생선 파티가 되었다.
엄청 큰 갈치들은 낚시로 잡은 거라 갈치 입속에 있는 낚시 바늘을 하나씩 빼내고 비닐을 손질해서 반은 냉장고에 반은 냉동실에 쟁여두었다.
여행인 듯 일상인 듯한 기분으로 아침 밥상에는 싱싱한 갈치구이를 수북하게 쌓아 놓았고 마당에 있는 푸성귀로 멜 무침까지 했으니 생선구이 맛집의 느낌이었다.
아침 식사 후 커피를 내려서 집부근에 있는 광치기 해변에 가서 커피 타임을 누렸다.
치매라고 해도 엄마의 초록 사랑과 꽃 사랑은 여전해서 광치기 해변에 탐스럽게 피어있는 커다란 꽃을 어루만지며 이쁜 문주란이라고 쓰다듬어서 깜짝 놀랐다.
엄마가 꽃을 보며 가수 문주란을 떠올리다니 무슨 일인가 걱정하였다.
알고 보니 그 꽃은 광치기 해변에 많이 서식하는 문주란이라는 이름의 꽃이란 걸 알았다.
사실 남편한테 네이버 사진검색으로 확인받은 사실이었으니 서울 촌녀의 무지가 드러난 에피소드였다.
체력을 아끼기 위해 무리하지 않고 일단 다시 집으로 들어와 잠시 더위를 피하고 간식을 챙겨서 나들이를 갔다.
역시 성산에 올 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스폿이었던 섭지코지 옆길의 까만 돌 투성이인 거친 해안가였다.
이 장소는 성산에 있는 아쿠아리움의 주차장을 지나 좁은 해안길을 따라 들어가다가 만난 해안가로 바닷가 공터에 주차를 해두고 바다구경을 실컷 하고 오른쪽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섭지코지로 들어서는 비밀통로가 있어서 섭지코지의 주차대란을 피하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나만의 비밀 스폿이었다.
거친 파도가 모이는 곳으로 멍타임을 하고 나면 힐링되는 맛에 성산 쪽 여행할 땐 꼭 멍타임을 누렸다.
이제 매일 한 달 동안 즐길 생각에 행복해지는 기분으로 달려간 곳이었다.
커피를 들고 폼 잡고 파도 샷을 건지는데 엄마는 본능적 감각으로 까만 바위들 사이에서 따개비 같은 것을 열심히 따면서 동심으로 즐거워하셨다.
역시 치매임에도 어릴 적 추억은 고스란히 소급되어서 현재를 살아내는 기쁨이 되어주니 다행이었다.
7월의 더위에 모두 녹아내린 수국을 만나기 위해 종달리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했고 거기서도 엄마의 즐거운 놀이인 채집 활동은 계속되었다.
남편이 같이 동참해서 안전을 챙기며 제지는 안 했더니 80대 치매 노인은 8세가 된 듯 즐거워 보였다.
엄마가 좋아하는 동복리 해녀촌의 회국수와 성게국수를 제주스럽게 즐기고 집으로 돌아와서 마당가 흙놀이를 행복하게 누리는 엄마를 보며 딱 지금 정도만 지내주시길 기도하였다.
저녁은 선물 받은 밤호박을 두툼하게 깔고 갈치조림과 한라산 소주로 행복한 하루가 정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