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단쓰 20] 고요한 성산포의 시간

by 리단쓰

ㅡ2019.7.11.목ㅡ

성산의 고요한 하루를 보내는 것은 쓸쓸하지만 여기저기 산보를 맘껏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우도를 멍하니 바라보며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닷가를 거닐다 보면 생명력이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한 달 살이 장소로 원픽을 했으면서도 자꾸 좋아지는 동네 풍경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만끽하는 나날이다.

좌우로 어느 방향을 정해서 거닐어도 마무리는 충만한 느낌을 남겨주는 묘한 풍광이 성산포 앞바다이다

한 달 살이중 벌써 3분의 1이 흐르고 있으니 시간이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두 딸이 바쁜 일정이지만 제주로 오기로 한 주말이 다가오니 기다리는 마음의 설렘이 엄청난 나날이다.

여름 성수기에 주말이 껴있으니 비행기값이 천정부지로 올라버렸지만 숙소는 있으니 무조건 오라고 기다렸다.

딸들과 보낼 시간이 기대가 되면서 고요한 성산의 시간을 차분하게 누리며 무엇보다 대청소를 하기로 한 날이다.

딸들 잠자리도 정비해 두고 냉장고 식재료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두었다.

나의 식사는 찬밥으로 누룽지 만들어 먹기와 지인들이 왔을 때 한 상 차림하고 남은 반찬들을 소진하며 냉파를 하였다.

갈치구이 남은 것과 덜어둔 김치로 식사를 해결하고 치킨 남은 것으로 청소하며 지친 체력을 치맥으로 즐겼다.

커피 타임은 빼놓을 수 없는 힐링 타임으로 느릿느릿 여유 있게 드립커피를 만들어서 성산 바다를 멍하니 바라다보며 두어 잔 마셨다.

집 마당 같은 공터를 내다보며 치맥을 즐기는데 동네 냥이들과 개들이 자꾸 모여들어서 외면하며 먹느라고 곤란한 마음이 들기도 하였다.

집 정리와 손님맞이 준비까지 마치고 든든한 배도 소화시킬 겸 산책을 나가서 성산포 앞바다를 시로 표현한 시인 이생진 시비가 있는 산책로를 천천히 음미하였다.

제주 출신은 아니지만 제주에 와서 성산 앞바다에 푹 빠져서 시로 표현한 것을 돌비석에 적어서 꾸려둔 공간들이 성산포 바다와 어울리는 맛이 제대로였다.

비석 느낌으로 꾸려두어서 지금은 고인이 된 시인을 추모하는 줄 알았는데 생존하는 시인인걸 알고 놀랐다.

시의 우체통이라는 아기자기한 미니 우체통은 볼 때마다 울컥 그리움이 배어 나오는 장소라서 새벽 산책의 애정 코스인 것이다.

언제나 그곳의 정경은 가슴을 뛰게 하는 생동감과 더불어 살포시 가라앉게 하는 차분한 안도를 떠올리게 하는 양면의 느낌을 안게 되는 시간이었다.

저녁시간 성산포 바다 위의 고기잡이 배의 불빛을 오래도록 지켜보며 다음날 만날 큰 딸과의 시간에 설레는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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