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2024.6.27.ㅡ
공교롭게도 24년도의 첫 제주 여행은 장마 기간에 떠나게 되었다.
24년도에는 초반부터 두 딸과 떠난 홍콩 여행과 내륙 곳곳의 도장 깨기 미션으로 신나게 쏘다녔다.
6월 폭염 속 일본 여행의 강행군까지 마치고 맞이한 장마에 슬슬 떠나고픈 기운이 감돌았다.
우연한 대화 속에 비를 내다보면서 한라산 소주에 고등어회 한점 할까?라는 이야기로 시작되어서 딱 하루 일정이 비는 타이밍에 제주 날씨를 보자니 엄청난 폭우 소식이었다.
잠시 망설였지만 과감하게 폭우 속 당치를 세팅하였다.
일단 떠나는 걸로 정해두고 바로 6월 27일 새벽 6시 45분 비행기만 세팅하였다.
설마 비가 계속 올까 싶었지만 제주 공항 도착부터 엄청난 비가 환영을 해주었다.
이번 여행은 제주도 지역화폐인 탐나는전을 탕진하는 날이라며 인증숏으로 신이 났다.
소주 한잔 하기 딱 좋은 날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동선을 구성하였지만 많이 아쉬웠다.
일단 성산의 애정하는 장소에서 커피타임을 누리기로 하고 버스에 올랐다.
사실 날씨가 어지간하면 성산일출봉 가는 길에 잠시 수산초등학교라는 곳의 담벼락인 수산 진성이라는 곳을 보고 싶었다.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된 곳으로 세종 때 왜구 방어용 군사시설물을 그대로 학교 담장으로 사용하는 초등학교인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부근의 요조라는 가수가 운영하는 책방무사라는 독립서점까지 도장 깨기 하려는 계획이었는데 우산은 절대불가의 비바람을 우비로 버티기도 버거운 날씨로 그냥 성산일출봉까지 버스 여행을 하였다.
애정하는 성산스폿에서 베이커리 브런치를 즐기며 한 번쯤 가보리라 찜해둔 고등어초밥 맛집인 스시집의 예약까지 해두고 여유롭게 비 멍을 즐겼다.
고즈넉한 밭 뷰를 내다보며 유유자적 소주잔을 기울일 생각에 60대 철부지 부부는 국토 대장정의 느낌으로 우비만 걸치고 낄낄 웃으면서 걷기를 즐겼다.
눅눅해진 몸을 쉬게 하며 먹는 안주들의 대향연에 제주의 뷰까지 누리는 게 그저 행복해서 수다를 엄청 떨었다.
푸짐하게 먹고 싶은 안주들을 주문해서 빗소리 들으며 작은 밭에 내리는 비를 보면서 안주들 맛평가를 소소하게 즐기는 시간은 단순한 일상인 듯 소중한 시간이었다.
성산은 2019년에 한달살이를 해본 덕에 어딜 가나 친근하고 익숙한 동네였다.
이제 공항 쪽으로 방향을 잡고 일단 함덕으로 향했다.
두 번째 안착 지는 서우봉과 함덕 해수욕장이 보이는 라운지 바에서 우아하게 칵테일 한잔씩을 누리며 역시 비 오는 풍경을 실컷 느끼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후 들어 비가 잦아들면 함덕에서 1박을 하고 올레길을 한 코스라도 걷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도저히 비는 그칠 것 같지 않아서 과감하게 리턴표를 저녁 9시로 티켓팅하였다.
성산 찍고 함덕을 들러 마무리는 제주 공항 근처 시내로 진입해서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는 일정이 되었다.
제주식 음식으로 커다란 등뼈찜 같은 접짝뼈 국이라는 것이 있는데 남편은 먹어본 적이 없다기에 저녁 메뉴는 접짝뼈 국과 또다시 한라산 소주를 선택했다.
맨날 술이야 처럼 매번 술이야가 된 제주 장마 여행을 잘 마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