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아니고 여자이야기ㅡ첫 여름

코멘터리 영화를 만나다

by 리단쓰

문득 영화 한 편이 검색에 걸려들고 궁금해졌다.

30분 상영시간의 짧은 단편영화라는 점과 3천 원의 관람료가 눈에 들어왔다.


' 첫여름 '이라는 제목의 영화였고 시놉시스를 살펴보니 주인공은 할머니이고 연하의 남자 친구와의 에피소드정도가 눈에 들어왔다.


월화 휴무를 이번 주는 동네 반경에서 뭉기적거리는 일정이라 남편과 3시 영화를 예매해 두고 어슬렁 나가기로 하였다.


코멘토리 영화라는 설명답게 첫여름 영화는 영화 상영이 30분이고 뒷부분의 시간에 감독의 부연 설명이 멋졌다.


영화만 딱 끝낸 시점에서는 잠시 시사하는 바가 무얼까? 내가 캐치하고 느낀 것이 어느 지점에서 만날까? 멍 때리는 순간을 보내고 96년생 영화 아카데미 출신의 젊은 여자 감독의 설명이 잘 와닿았다.


영화 스토리는 인생의 늙음 속 관조를 통찰하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곳곳의 숨은 뜻을 찾아내는 묘미가 가득했다. 스토리만으로는 30분 안에 전달할 내용들이 미비할 수도 있고 늙은 여자의 비루함과 조잡함속에 맥이 빠질 수도 있는 시들함도 남겨진다.


눈요기로 탱탱 함대신 칙칙한 물렁함이 혹여 불편할 수도 있고 짠하기도 하였다. 병든 남편과의 어그러진 결혼생활의 흔적들 속 연하남자 친구와 카바레에서 알게 된 정분을 이어가는 할머니, 아니 여자이야기다.


개괄적으로 사람의 탐구가 주류인 감독의 촉수로 그려낸 외할머니의 삶의 조명이었다. 할머니인데 여자인 삶을 집중해서 뽑아낸 기법이 훌륭했다. 실제로 잠시 맞닿아서 겪고 느꼈던 외할머니가 모델이 된 영화였다. 관객이 느낀 대로 감독의 어린 시절 외할머니는 이상한 사람이었다는 점이 포인트가 숨어 있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연하남 남자 친구의 장례식이 있는 절에 가서 조문대신 법경에 따라 지르박 춤을 혼자 소화해 내는 할머니는 여자로서 끝내 남는듯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 작업 때는 20대의 손녀 시점으로 완성했다가 납작해지는 할머니를 살려내려 외할머니 시각으로 각색을 했다는 감독의 설명 속에 감탄과 신의 한 수를 느꼈다.


할머니 아니고 여자의 삶을 구현해 낸 예술혼이 최고다.


창조의 힘은 멋지고 감동이고 감탄인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남편과 나는 영화 상영 후 같은 마음으로 막내딸이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예고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영화도 만들며 열심히 지내던 10대 시절에서 이제 현실적 모드로 탐색하는 20대 중반의 시간을 보내는 막내딸이 떠오른 것이었다.


예고시절이던 2015년에 국제여성 영화제에서 청소년부문 수상을 하고 극장에서 영화상영과 관객과의 대화를 꾸리던 모습에 얼마나 심쿵했던가를 떠올리며 미소 짓기도 하였다.


그런데 막내딸은 과감하게 예술보다 현실적 노선으로 자기의 기량을 우회시키고 발전시키며 영화는 돈이 되는 게 아니고 돈이 많을 때 만드는 거라고 웃음으로 다독였다. 그럼에도 아직은 늘 유효한 영역일 거라고 돈 없고 철없는 엄마는 희망하고 행복한 동심이 된다.


오늘 젊은 여류 감독의 작품을 보며 완성의 고단함과 짜릿함과 서사들이 찌릿거리게 회상되어서 행복했다.


삶 속에서 자기의 길을 두 눈 부릅뜨고 놓치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한 삶의 태도이고 자신의 항로에 늘 진지하고 자신의 삶을 존중하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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