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단이 주는 기쁨
기분이 좋아지는 상상 속에선 아빠랑 축구도 했고 동네 치킨집에서 엄마랑 아빠랑 콜라를 맛나게 먹고 있는 모습에 미소가 절로 생겨났다.
그러다 순간 자신도 꽃들처럼 물이 먹고 싶어지면, 주방으로 나가서 물 한 컵을 마시고는 외할머니가 화단정리 하는 걸 구경하는 재미가 생겨났다.
아침에 눈 뜨는 게 너무 싫은 기분은 한 달째 못 만난 엄마가 보고 싶어도 참아야 된다는 걸 알고부터 사라지고 있었다.
외할머니집은 낡았지만, 방이 여러 개 있어서 가끔 제주도 여행 오는 손님들이 쉬고 가는 민박집이라는 걸, 진환이도 알게 되었다.
큰 화물차를 운전하던 아빠가 작년 겨울에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바쁜 시간에 쫓기며 운전을 하다가 길가에서 잠시 휴식을 한다더니,,,
영영 깨어나질 못했다.
6살 진환이는 이제 아빠와 만날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는 나이였다.
겨울 내내 눈이 와도 눈싸움 한번 못했고 늘 엄마 아빠랑 다니던 눈썰매장은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봄이 되어 7살이 된 진환이는 엄마가 방도 많고 바다도 있다며 데려온 외할머니댁, 제주도 성산이라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가끔씩 오는 민박 손님들을 외할머니 혼자 수발을 드는 건 힘들다며 막내딸인 진환이 엄마가 함께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제주도에 오면서 난생처음 비행기도 타보고,
바다도 있고 꽃도 많은 외할머니집이 좋아서 기분이 들떴다.
그런데 봄이 오고 꽃들이 피어도 외할머니 민박집 손님은 많지 않았고, 엄마는 어쩔 수 없이 관광객이 많은 우도라는 섬으로 식당일을 하러 떠났다.
그렇게 떠난 엄마는 매일 밤 전화는 하지만 목소리가 늘 작아졌고 힘이 없었다.
할머니는 엄마가 감기에 걸려서 배 타고 못 오니 진환이가 잘 참고 지내면 맛있는 거 사서 올 거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던 날, 아침 화단에 물 주는 일을 진환이에게 해보라고 호스를 건네주고, 이제는 꽃에 물 주는 일은 진환이의 큰 기쁨이 되었다.
촤르륵 쏴아~~
무지개가 생겨나게 높이 호스를 들어 물을 뿌리다가 건너편 경숙이 이모네 마당에서도 물소리가 나서 힐끗 보았다.
경숙이 이모네 손님이 온다더니 손님도 물 주기가 재미난 걸까?
미소를 짓고 호스 끝 물줄기를 열심히 바라보며 꽃들에게 물을 주는 건너편 집 손님과 대결을 벌이는 기분으로 신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