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거리는 오후

박완서 전작 읽기 12월

by 리단쓰

박완서 작가의 작품들은 대중적인 삶을 반추시키는 작품이 많아서인지 쉽게 읽히기도 하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이 바탕이 되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되는 경우도 많은 편이라고 알고 있다.

드라마로 제작된 원작 소설은 제목 그대로 사용되었고 1970년대 급격한 경제 성장기 속에서 중산층 가정의 허위의식과 배금주의, 그리고 그 안에서 흔들리는 가족 관계를 날카롭게 묘사한 내용을 그대로 담고 있다. 독서를 마치고 나니 영상으로 담긴 표현도 궁금해져서 조만간 유튜브에 실린 드라마의 단편이라도 보고 싶어졌다.


허성이라는 가장과 엄마 민여사, 그의 세 딸( 초희 , 우희, 말희)을 중심으로, 결혼과 돈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붕괴되는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은 온전하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휘청거리는 오후'라는 제목에 걸맞게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실상은 위태로운 중산층의 삶을 잘 표현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공간에서 동일한 환경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해도와 수용이 각기 펼쳐진다는 점이 관심이 갔고 환경의 영향에 대한 개인차 같은 것을 한번 더 생각해 보기도 하였다. 같은 자매여도 성격도 다르고 부모님을 이해하는 방향성도 다른 경우를 생각해 보면 환경이 사람의 인식을 절대적으로 잠식시키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같은 부모여도 각기 자식들은 다른 색채로 이해하고 영향을 받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에 그런 결론이 더 도달하는 듯싶었다.


허성 씨의 3자매들은 같은 환경과 부모의 영향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관과 결정을 하면서 각기의 삶을 꾸려가는 전개들이 흥미로웠다. 허성 씨와 민여사의 영향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3 자매의 삶에 조금씩 다른 채색을 해 나가는 전개도 역시 영향력의 개별적인 모습을 새삼 들여다보게 되었다.


소설의 끝부분까지 여차저차 휘청거리면서도 버티었던 삶의 조각들이 결국은 산산조각이 나고 더 이상 휘청거릴 힘조차 없는 허성 씨는 결국 잠자리에 들듯이 그저 죽음의 한켠으로 벗어나는 결말에서 코끝이 싸해져서 울컥했다.


부모의 자리, 가장의 자리가 아니어도 우리들 모두 살아가면서 몰리고 밀려나며 버티다 더 이상은 안될듯싶어 무릎이 꺾이던 애환이 있을 터이고 나 역시 철이 들던 시절부터 그런 위기감에서 구해지기도 하였고 쓰러져서 뜨거운 눈물과 회환을 느낀 아픔의 흔적으로 선뜩거리게 아픈 느낌으로 공감도 되었다.


박완서 작가의 작품은 기억의 문학이라는 것에 깊은 공감을 하였고 그 시절 견뎌내야 하는 것들을 잊지 않고 기록하겠다는 복수의 심정도 저변에 있다는 느낌들이 선명해져서 살짝 소름도 돋았다.


두 권의 소설을 몰입해서 읽을 수 있도록 다양성과 몰입감을 주는 작가의 필력을 기억하는 알찬 독서 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김유정 문학상 《겨울정원 》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