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전작 읽기 1월
박완서 작가의 '엄마의 말뚝 '은 표제작 3편과 더불어 여러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 작품집이다.
박완서 작가의 집필 방향이 경험의 문학이면서 기록의 문학이고 한편으로는 고발이나 보복의 문학이라는 경향성이 이제는 조금씩 익숙해져서인지 흐름이 파악되는 느낌으로 독서를 하였다.
이번에 읽은 박완서 <엄마의 말뚝>은 연작 구성으로 쓰였고 소소한 에피소드는 겹치는 듯 익숙한 것도 눈에 들어왔다.
1편은 상경과 정착시기로서 일제강점기에
어머니가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 고향 박적골을 떠나 서울 현저동 산동네에 '말뚝'을 박고, 억척스럽게 자녀를 키워 내려는 소시민적 열망과 생활력을 보여준다.
2편에서는 전쟁의 상처와 아들의 죽음을 겪는 시기로서 6.25 전쟁 및 현재의 시간을 묘사한다. 노년의 어머니가 다리 수술을 받으며 마취 상태에서 전쟁 당시 아들을 잃었던 끔찍한 기억(환각)을 쏟아내고 분단과 전쟁이 한 개인의 삶에 남긴 깊은 트라우마와 한을 폭발적으로 보여주는 핵심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3편은 어머니의 죽음과 장례 어머니의 임종 상황이 묘사되는데 2편에서 보여준 아들의 죽음에 대한 한을 풀고, 화장하여 아들이 뿌려진 곳에 자신을 뿌려달라는 유언을 통해 비극적인 현대사를 마감하고 가족들이 화해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엄마의 말뚝 3편을 싣고 뒷부분에도 박완서 작가 특유의 현실비판과 냉정한 묘사를 통한 인간사의 뒤안길을 느끼는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유실 (175쪽 ) , 꿈꾸는 인큐베이터 (242쪽) , 그 가을의 사흘 동안 (303쪽 ) , 꿈을 찍는 사진사 (368쪽) , 창밖은 봄 (457쪽) , 우리들의 부자 (502쪽)라는 단편들은 각각의 색채로 독자를 사로잡는 구성이 엿보인다.
엄마의 말뚝 연작에서는 역사적 상처와 개인의 삶의 밀착성을 들여다보며 분단과 전쟁의 증언이 포함된 글들을 보여주며 역사적인 사건 속의 개인적 상처나 트라우마를 적나라하게 느끼게 해주는 역량이 느껴졌다.
박완서 작가에게 6.25 전쟁과 분단은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한 가족을 파괴하고 개인의 내면에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이야기를 담아내기도 하였다. 바로 <그 가을의 사흘 동안>에서 전쟁의 기억을 간직한 인물 등을 통해, 큰 흐름의 역사가 아닌 개인이 몸소 겪어낸 고통스러운 역사를 증언하는 내용이 강렬했다.
다른 단편에서는 허위의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과 소시민적 삶의 반성을 표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속물근성과 허위의식에 가득 찬 중산층 소시민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비판하는 작품들이 실려있다.
<꿈꾸는 인큐베이터>에서 남아선호사상에 매몰된 가족의 모습이나, 그 상황에서 벗어나는 개인의 의식을 잘 투영시키는 의식이 엿보인다.
<창밖은 봄 >에서는 창밖의 풍경은 따뜻한 봄일지 모르나, 창 안의 인간관계나 내면은 타인에 대한 시기심과 공허함으로 가득 차 있음을 대비시키는 기법을 엿볼 수 있으니 큰 사건이 터지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대화와 태도 속에 숨겨진 날 선 비수 같은 말들이 독자에게 긴장감을 주는 단편이었다.
이전의 작품에도 드러나듯이 70~80년대 급격한 경제 성장 속에서 물질적 풍요를 얻었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해진 한국 소시민의 민낯을 아주 예리하게 포착해 낸 작품인 것이다.
<엄마의 말뚝> 연작이 '역사와 한'에 집중했다면, <창밖은 봄>은 일상적 삶의 허위성 폭로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작품인 것이다.
늦은 등단에도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며 드러냄의 미학으로 감동을 준 박완서 작가의 방향성을 자꾸 훔쳐보는 독자가 되었다. 아직 더 살펴볼 텍스트가 넘쳐나니 앞으로도 행복한 독서를 보장받고 미소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