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전작 읽기- 4월] 그대의 차가운 손

그대의 차가운 손

by 리단쓰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으며 한강 작가의 버거움에 치이지 않은 독서를 하였다. 이전에 읽은 최근의 독서들은 무방비의 저돌적 자극을 느끼게 하였다면 이번 독서인 <그대의 차가운 손>은 소설적 감성에 푹 담그며 누린 시간이었다.

등장인물들의 배치와 특성과 함께 주지시키고자 내비치는 작가적 의도가 보이는 작품의 흐름은 맛깔스러웠다.


그저 심드렁하게 껍데기는 가라 같은 말도 편하게 읊조리고 싶어 지면서 등장인물의 특징과 내포된 의미도 헤아려보며 독서한다는 건 행복한 독자의 몫이었다.


살아내기 위해서 우리가 선택하는 방어기제는 단순히 껍데기나 거짓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었으니 자꾸 독서를 하며 나의 손가락의 움직임이나 손동작들을 되짚어보게 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소심한 독자의 몫이었다.


장운형 작가와 마지막 연인이 된 E의 실종은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면서 아마도 죽음의 그림자는 결코 아닐 거라고 생각되는 긍정의 낌새가 느껴졌다. 책의 말미에서 언급되었듯이 두 사람은 서로를 꺼내주었으니 희망이지 않을까? 따뜻한 손이야 라는 음성이 들려서 참 안심이 되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 나는 우연한 기회로 그의 작품을 세 차례 보았다. p7


불타버린 거인의 유해가 남긴 한 조각 뼈와 살의 덩어리 같았다. p13


그것은 살아 있던 사람의 터럭이었다. 누군가, 살아 있는 사람의 몸을 뜬 것이다. p 16.


"왜죠?라고 H라는 작가는 나에게 물었다. p29


다만 잘린 손가락일 뿐인 것을 두고, 그는 침묵 속에서 그토록 결사적인 곡예를 펼쳤던가. p74


그러나 뻥 뚫린 손목의 입구로 들여다보이는 캄캄한 공동 속에는 혈관도 근육도 뼈도 없었다. 그것은 철저하게 본질이 제거된 공간이었다. 그 때문에 그 손에서는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섬뜩했고, 차가웠으며 비인간적이었다. p91


그녀가 들고 있는 내 부패된 손의 껍데기 위로 조용히 그 손의 형상이 겹쳐졌다. 엄지와 검지가 동강 난 채 고스란히 펼쳐진, 그의 죽은 손이었다. p312


"따뜻한 손이야" p317


껍데기에서 생명력을 느끼게 되는 것은 은밀한 터럭이나 잔주름 그리고 땀구멍이었고 흘러내린 피라는 장치가 찡하게 울림과 함께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나에게 껍데기 안 무엇이 생명력을 증명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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