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한강작가가 노벨문학상 수상 전부터 독서의 마음은 있었으나 여러 추천의 글에도 무색하게 선뜻 손이 가지 않아서 계속 미루었다.
도서관 열람실에 준비된 한강작가 코너가 반가워서 덥석 관내 열람용 서적 중 4.3 사건을 주제로 한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2월 어느 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 8월 지정 도서가 되었으니 재독을 차분하게 해 나갔다.
의미 있는 독서는 마침 제주여행이 꾸려진 시기에 준비해 간 책으로 시작되었고 숙소는 책 속 주인공이 살고 있는 중산간즈음의 위치라서 몰입하며 읽게 되었다.
더구나 책 속 인선 엄마의 오빠가 끌려간 주정공장인 포로수용소가 부근에 있어서 탐방한 것이 의미 있게 남았다. 기록영상실속 내용이 바로 작별하지 않는다 책 곳곳의 기록과 맞닿아서 저릿하게 다가왔다.
역시 한편에는 한강 작가의 책이 전시되어 있었고 책 속에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필사하는 코너에서 기록을 남겼다.
현기영 작가의 순이 삼촌은 금기시되었던 제주 4.3 사건을 다룬 시발점인 소설이라는 상징성만큼 4.3의 처참함을 잘 드러내는 작품이라면 한강작가의 소설 속 4.3 사건은 현실인 듯 꿈인 듯 몽환적으로 묘사되지만 곳곳이 가슴 에이는 칼날이 느껴지는 묘한 작품이었다.
한강작가는 소설 집필 전 4.3 사건 생존자들의 인터뷰를 일부러 배제시키고 참고 문헌과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소설을 썼다는 게 실감 나게 다가왔다.
주인공이 중산간 마을의 눈길을 걷는 장면이 엄청 생생하게 전이되며 버거움도 느껴졌다.
제주 여행 중 마주했던 4.3 사건의 흔적들은 가슴이 아픈 사건들이었고 제주의 정서가 이유 없는 슬픔도 느껴지는 건 아마도 4.3 사건의 잔재가 잠식된 까닭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작별하지 않는다 소설 속 매개체인 '새 '라는 장치를 발견하며 얼마 전 읽은 한강 작가의 시집내용이 떠올라서 왠지 연계성을 찾은 듯 감동스러운 마음도 생겼다.
제목이 시 보다 긴 뜻밖의 시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려본다.
<이천오 년 오월 삼십일, 제주의 봄바다는,
햇빛이 반. 물고기 비늘 같은 바람은
소금기를 힘차게 내 몸에 끼얹으며,
이제부터 네 삶은 덤이라고 >
어린 새가 날아가는 걸 보았다.
아직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10월부터 시작된 한강작가 전작 읽기의 참여는 후발대 참여로 12월 도서부터 참여했지만 드디어 종착지에 다다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동시대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와 호흡을 나눈다는 것은 큰 행운이고 감사함이 남는다.
한강 작가가 운영하던 독립서점에는 공중전화가 세팅되어 있다고 하는데 바로 그 점이 심쿵했다.
한강작가는 글을 쓰는 걸 공중전화 저편의
누군가에게 통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언급했던
글이 기억에 남아서 마음이 묵직해진다.
혼자서 얼마나 많이 쟁이고 삭히고 토해내는데
저편 누군가에게는 나의 존재를 숨기는 소심함?
뭐 그런 느낌으로 나 혼자서 심쿵해졌다.
한강작가의 최근작이라고 할 수도 있고 작가가
그 많은 본인 소설 중 굳이 독서 순번을 정한다면
먼저 읽기를 권한 것이 '작별하지 않는다'라는
소설이기에 더욱 각인된 시간이었다.
물 잔에 빠트린 각설탕처럼 내 사적인 삶이 막 부스러지기 시작하던 지난해의 여름, 이후의 진짜 작별들이 아직 전조에 불과했던 시기에 '작별'이란 제목의 소설을 썼었다. 진눈깨비 속에 녹아서 사라지는 눈 ㅡ 여자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게 정말 마지막 인사일 순 없다.
p 25
뭐 일단 나는 계속하고 있을 테니까. p 51
그런데 새들에게 오늘은 언제까진가. p 130
그해에 아버지는 열아홉 살이었어. p 216
육백 쪽짜리 진상보고와 관련 총론서들, 거기 부록들로 실려 있던 삼십여 명의 증언만으로 압도되었기 때문이다.
p 222
태극기를 들고 만세를 부르는 남녀가 그려진 우표에 대구우체국 1950년 5월 4일 소인이 찍혀 있다. p 259
그때 내가 무사 오빠신디 머리가 이상하다고 해실카? 무사 그런 말밖에 못해실카? p297
다시 환부에 바늘이 꽂히는 곳에서. 피와 전류가 함께 흐르는 곳에서. p 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