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전작 읽기- 9월 ] 빛과 실

빛과 실

by 리단쓰

늘 심사숙고하는 글쓰기에 온 힘을 다하는 한강 작가의 슴슴한 글쓰기의 책은 덩달아 편안해지며 반가웠다.

에크리 형식의 글이 주는 적당한 산만함과 소소한 글쓰기로 정리된 '빛과 실'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발간된 작품집이라 의미 있게 반가웠다.


감동적인 연설로 몇 번 되새긴 노벨문학상 수상연설도 좋았고 어린 시절 작가가 될법한 필연성의 길모퉁이를 만나는 감동도 좋았다. 어린 소녀가 관조해 낸 의미로 남게 되는 '빛과 실'은 놀랄 따름이다.


'빛과 실' 작품 속에서 만난 산문들은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의 실마리가 되기도 한 소소한 글들이 포진되었던 시간을 되짚어 볼 수 있어서 감동이었다.


'빛과 실' 책을 읽으며 꾸려진 전주 여행의 콜라보는 의미 있게 남겨진 기억이었다. 기차여행의 느린 롤링감을 느끼며 기차 좌석에 몸을 두고 읽어나가는 묘미는 오래 기억될 큼큼한 추억이 될 것이다.


때마침 전주 한옥 마을의 숙소는 혼자 마음속으로 아우성치는 짜릿함을 남겨주었다. 한옥마을의 숙소는 아기자기한 한옥 한켠이었고 북향정원이나 정원일기 속에 묘사되는 장면이 생생해졌기 때문이었다. 거울로 모아가며 빛을 주고 싶어 하는 마음씀씀이가 눈물겹도록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아기자기한 정원이 있는 집을 구하게 된 한강 작가의 일상이 자꾸 안심이 되었다. 비록 엄마는 애타게 우풍을 걱정하시고 심란한 거울들을 탓하시고 다음번에는 주택 말고 아파트를 사라고 하시는 장면에 왜 그리 공감백배인지 웃음이 나왔다.


몰입하며 푹 빠졌던 드라마 장면 장면의 메이킹 필름을 보듯이 한강 작가의 작품 구절마다의 쉼표를 만난 듯 여유로워지고 친밀감이 증폭되는 독서였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p19


한 가지 생각 ㅡ 결심ㅡ이 떠오른다.

다시 쓰면 된다, 소설을.

그것만이 다시 연결될 방법이니까. p43


정원을 키울 수는 없으니 내가 레고 인형처럼

작아졌다고 상상했다. 그럼 울창한 숲이겠지, 압도하는 p116


칠 년 동안 써온 소설을 완성했다.

USB 메모리를 청바지 호주머니에 넣고 저녁 내내

걸었다.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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