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 여성작가 작품 읽기
전쟁이 남긴 이야기와 인간의 존엄성이 훼손되는 것을 기록한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루마니아는 소련의 중심축에서 벗어나 궤도 이탈한 행성처럼 러시아의 요구 조건대로 다시 정비되었다. 강제 수용소의 강제 노동 자원으로 침투되었다.
소설 속 주인공 레오는 5년간의 강제 징집된 시간을 무덤덤한 자기만의 버티기 전법으로 견디며 할머니의 예언적 희망 메시지대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럼에도 지옥 같은 수용소 생활의 배고픔 해소의 당위성만큼 절절한 삶의 희망이 없는 듯 불행한 시간을 견디는 어른이 되었지만 결국 삶의 반짝임이나 정렬은 못한 채 그럭저럭 시간을 삼키는 시간 속에 지낸다.
작품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은 가족적인 개인의 비극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 놓아주지 않던 근본적인 질문들을 털어내려는 작가적 정신이 한몫을 한 것이 아닌가 대단한 저력을 느끼는 독서였다.
매일매일 치열한 배고픔과 엉망이던 환경 속에서도 하루하루를 보내는 인간의 모습에 숙연하고 쩌릿한 아픔을 느끼기도 하였다.
사람이 고통 속에서 무덤덤해야 견딜 수 있을 텐데 레오의 감수성의 촉수는 예민해서 살아 움직이니 그것까지 추스르며 쟁이느라 얼마나 영혼이 육체노동만큼 버거웠을까 짐작되어 마음이 찌릿거렸다.
자기 나름대로 의미를 형상화해서 이름 짓고 규정하며 자기만의 언어 세계로 구축해서 하루하루를 삼키며 5년을 보낸 레오는 우리들 삶 속에도 조금씩 흔적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린 기쁨만이 아닌 슬픔과 고통도 견디는 존재인 것 같았다.
사람이 살아있으면 어떤 모습의 삶까지 견뎌야 하는 것일까? 숨 넘어가는 헐떡임을 표현하는 모양새가 숨그네일지 모르겠다.
오늘을 살아내야 내일로 건너가는 처절한 수동태의 삶을 살아내느라 애쓰고 처절했던 시간을 모두 묻어 버리지는 못하고 봉긋하게 기념비를 남겨둔 소설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의 경비병들이 우보르나야라고 외쳤다. 열차의 문이 일제히 열렸다. 우리는 차례차례로 두터운 눈밭에 곤두박여 오금까지 푹 빠졌다. p 23
다시 말해 심장 모양 삽머리의 목을 쥐고 그 아래에 달린 손잡이를 쥔다. 심장삽은 중심이 잡히면 내손에서 그네를 뛴다. 숨그네처럼. p 93
나는 우유가 한 달 내내 몸속에서 효과를 발휘하길 매일같이 빈다.
그리고 억지로 용기를 내서 이렇게 말한다.
이 신선한 우유가 내 하얀 손수건의 얼굴 모르는
자매이기를. 내 할머니의 흐르는 소망이기를.
너는 돌아올 거야. p211
벽에서는 나의 숨그네가, 가슴에서는 심장삽이 똑딱 소리를 냈다. 심장삽이 그리웠다. p 2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