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먼로 < 행복한 그림자의 춤 >

노벨문학상 수상 여성작가 작품 읽기

by 리단쓰

15편의 소설을 선물처럼 열어보며 심장의 박동이 일렁이는 충족감을 준 " 행복한 그림자의 춤 " 독서를 마무리하였다.

1931년생 작가로 캐나다의 시골 마을에서 채워진 문학적 감수성을 온전하게 표현해 준 앨리스 먼로를 만난 시간에 감사했다.


단편 구석구석에 숨어있는 정서는 시공간을 넘어서는 공감까지 알려주니 그녀의 필력과 감수성은 문학을 가까이에 두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자양분이 아닐 수 없다.


감수성의 촉각 더듬이가 그리 예민하고 정교해서 다 잡아내어 글로 표현하는 작가의 모습은 감탄스러웠다.


어느 단편은 깊게 공감하며 빠져들고 어느 소설은 경이롭고 또 생경한 느낌도 만지작 거리게 해주는 작품들이 넘쳐났다. 어찌 그리 사소하고 별것 없는 에피소드에 눈길을 주고 그 안의 통찰로 작품으로 완성시키는지 그녀의 통찰과 필력은 역시 노벨 문학상 수상자의 자리를 납득시키는 모든 것이었다.


나 역시 겪었던 일이고 느낌이고 깨달음이 주룩 흘러내리는 곳곳의 문장에서 심장의 결이 꿀렁 기뻐서 감탄해 버렸다.


15편의 단편 소설 중에 나의 원픽은 13번째 순서였던 "어떤 바닷가 여행"이었다.


첫 문장부터 나는 소설 속 장면에 들어가 있었고 어릴 적 푹 빠져서 본 '초원의 집' 드라마를 보며 느끼던 나의 어린 시절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인물들의 구성도 지루한 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고 그 속의 일상도 무료한 듯 꽉 채워진 이야기로 흥미를 이끌어냈다.


어린 나이지만 삶의 흐름은 순응하듯 견뎌내고 느끼는 모습에 감동스러웠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 죽을 때가 되면 그때를 감지한다고 하더니 할머니의 마지막 날 모습들에서 그 느낌들이 불쑥 보여서 엄숙한 마음마저 들었다.


아이는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일상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어떤 계기점으로 할머니의 죽음이 배치되었으니 우연이든 필연이든 한가닥 탈피의 빛줄기가 보이는 설정도 느껴졌다.


나머지 소설 속에도 시골의 정취와 시대상이나 문화까지 포함시키며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도 잘 담아내는 글 속에서 행복했다.


"우리들 삶의 모습은 각자의 형태에서 다른 이의 모습으로 퍼져나가며 커다란 원형을 파급시키다가 맞물리는 게 아닐까 상념에 빠진 독서였다. 나는 때로 너이고 너는 때로 격하게 안기는 나의 모습을 작품 곳곳에서 만났다."




1. 작업실

부인의 태도가 어찌나 잔잔한지 내게서 분노가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우울이 들어차는 느낌이 들었다.

p34


2. 나비의 나날

나는 나비 브로치를 받았다가 도로 마이라의 손에 쥐어주었다 p46


3. 떠돌뱅이 회사의 카우보이

그리하여 아버지는 운전을 하고 남동생은 토끼가 지나가나 길을 살피고 나는 우리가 차에 타고 있던 아까 그 오후의 마지막 순간부터 거꾸로 흐르면서, 어리둥절하고 낯설게 변한, 아버지의 삶을 더듬는다.

p 88


4. 휘황찬란한 집

내가 볼 적에는 사람이 떠나는 것도 머무는 것도 다 그럴 만하니까 그러는 거여. p95


5. 망

한참이 지나도록 그 숲이 우리 집 마당에서도 올려다 보인다는 사실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p123


6. 태워줘서 고마워

로이스는 이 시골을 알고 있었다. 예전에도 와봤다는 얘기였다. p157


7. 하룻강아지 치유법

엄마는 그저 내가 불행 중에도 조금이나마 덜 불행한 일을 겪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p164


8. 죽음 같은 시간

인생 뭐 있어요? 계속 살아가는 수밖에. p202


9. 사내아이와 계집아이

"계집애일 뿐이니까." p234


10. 그림엽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다 보면 곧 봄이 올 테니까요. p267


11. 붉은 드레스 ㅡ1946

내게 이상야릇하고 지긋지긋한 의무가 있다는 게 행복이라는 걸 깨닫는다. 하마터면 그 행복을 놓칠 뻔했다는 것도, p292


12. 주일 오후

모두들 흥청망청 먹고 마시며 즐기는 주일마다 앨바가 겪는 고충 가운데 하나가 자신은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어서도 흥분을 해서도 안된다는 점이었다. p298


13. 어떤 바닷가 여행

할머니가 정한 규칙은 스콜이나 배앓이처럼 모질지만 지나가게 마련이라고 믿는 아이였다. p315


메이는 다리를 포개고 앉아 이제는 어디든 마음 가는 대로 갈 수 있는 길과 편편해서 쉽게 갈 수 있는, 침묵으로 가득 찬 자기 앞에 펼쳐진 세상을 바라다보았다. p340


14. 위트레흐트 평화조약

마치 다시 한번 돌이켜 보기를 바라며 나의 옛날 생활이 내 주변을 맴도는 느낌이었다. p361


15. 행복한 그림자의 춤

그건 행복한 그림자의 춤이 우리를 방해하기 때문이고, 그 음악은 선생님이 사는 저쪽 나라에서 보낸 코뮈니케이기 때문이다. p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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