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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다이아몬드하고 빨간 루비 원해요

by sandra


"할머니, 나 반짝반짝 다이아몬드하고 빨간 루비 원해요.

"얘가 뭔 말이야, 그건 엄청 비싼 거야" 딸에 말에

"돌이 비싸? 나 그거 원하는데~"

"할머니가 반짝반짝 다이아몬드하고 빨간 루비는 못 보내주고 다음에 브라질 가면 예쁜 돌 갖다 줄게~"

"네, 할머니 감사 합니다"

미국에 사는 딸과 화상 통화 중, 돌사랑에 푹 빠진 7살 손녀 랄라가 어색한 한국말로 내게 한 말이다.

브라질에 예쁜 돌이 많아 알록달록한 조약돌과 희귀한 돌을 두 번 보내 줬더니 내게 부탁하는 것 같다.


난번 미국에 갔을 때, 그동안 모아둔 돌을 꺼내 보여주며 자랑이 한창이다

"할머니, 이 돌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돌이에요"

"조그맣고 옆이 깨져 있는데?" 좀 의아했다.

"할머니, 깨진 곳을 돋보기로 잘 보면 반짝반짝 예쁜 색이 보여요"

"어머! 돋보기로 보니 정말 예쁘네~~"

작은 손으로 돋보기를 들고 보석감정사라도 된 듯,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괜히 웃음이 나왔다.


어느 날 하루, 종로 5가에서 보석상을 하는 사촌 시누이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랄라 얘기를 하면서 돋보기로 돌을 관찰한다며 한바탕 웃었다

그 말을 들은 시누이는 쓰고 남은 상품가치가 없는 보석을 모았다 한꺼번에 싼 값에 파는 게 있으니 골라서 보내주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랄라가 원하는 걸 보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했다.

"어머 그런 것도 있어요? 내가 랄라 이야기 하길 잘했네~~"

간 루비, 파란 사파이어, 보랏빛 수정, 오팔, 초록빛에멜랄드, 호박등을 골라 보내줬다.


"엄마, 물건 도착했다는 연락받고 내일 가려고 했는데, 랄라가 너무 보고 싶다고 졸라서 오늘 찾아왔어요"

딸이 박스를 풀면서 화상 통화를 했다.

주머니를 건네받은 랄라는 "할머니, 고맙습니다" 하며 주머니를 여는 순간 눈이 동그레 지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으며 어쩔 줄 모른다.

보다 더 반짝이는 건 랄라의 눈빛이었다.

"엄마, 랄라 지금 하늘을 날 것처럼 신났어요"

"돌이 이렇게 예쁠 수 있냐고 감탄을 쏟아내며 정신을 못 차리고 혼자 떠들고 있어요"

"너무 귀여워요~"


랄라에 지독한 돌사랑은 어디서 온 걸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 자신도 모르고 있었던 나에 돌 사랑.

라가 누굴 닮았나 했더니, 나를 닮은 듯하다

전자는 외모만 닮는 것이 아니라 관심사, 성향, 알 수 없는 끌림 같은 것도 닮는 다는데...

나는 돌 중에서도 유난히 대리석을 좋아해, 집안 곳곳에 대리석이 섞여 있고, 장식장 상판도 모두 대리석이며 대리석 치즈 보드도 몇 개 , 대리석 케이크 스탠드도 갖고 있다

와로프스키 크리스털을 시리즈로 모으는 게 취미였던 시절도 있었다

한국으로 돌아올 때 대리석이 매치된 가구와 함께 200kg 가까이 되는 돌도 컨테이너로 싣고 왔다.

호텔이나 백화점에 들어서 정돈된 대리석을 밟고 걸을 때면 잔잔한 격조가 느껴져 행복감이 밀려온다.

래서 피는 못 속인다고 하나보다.


유전은 씨앗, 환경은 햇빛과 물 이라는데,

나에 세 손녀가 언제나 따뜻한 햇빛아래, 맑은 물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나길 기도한다.


*장인의 예술혼이 깃든 섬세한 손끝에서 태어난 천연석 새 한 쌍과 아기새,

장미석과 어우러져 고귀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산을 닮은 맑은 자수정은 영원의 시간을 품고,

사람의 섬세한 손 길에서 태어난 나무로 다듬어진 조각동물은 현제를....*



*깊은 동굴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겹겹이 쌓인 광물과 색, 원시의 숨결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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