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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by sandra

수십 년 전 나는 원단쎄일즈를 하는 분으로부터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책을 선물 받았다.

그때의 나는 세상 이치에 그다지 귀 기울이지도 않았고, 사람 마음을 깊이 들여다볼 줄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삶의 복잡하고 다채로운 결을 헤아리지 못한 채, 좁은 세계 속에서 나만 껴안고 살았었다.

그런데 그 책의 제목 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은 놀랄 만큼 깊고 묵직하게 휘감겼다.

그 짧은 문장이 내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시간과 관계, 그리고 삶의 본질까지 건드리며 가슴속에 여운을 남겼고, 나를 오랫동안 붙잡았다.

또 그제목을 보는 순간 문득 돌아가신 엄마 얼굴도 떠올랐다.

"그때도 알았더라면' 좀 더 잘해드릴걸, 못 해드린 것만 생각이 나 가슴이 아려왔다.

30년 전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을 때였다.

당시 한창 미국에서 유행하던, 편안해 보이는 가죽 구두를 시어머님 것과 내 것 두 켤레를 사면서 가슴 한편이 아릿했다.

'엄마가 살아 계셨더라면, 엄마 것도 하나 사 드렸을 텐데...

살아 계실 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아쉬움과 그리움이 묵직하게 내 마음을 덮었다.

육 남매 기르시느라 고생만 하시고, 평생 따뜻한 밍크코트 한 번 못 입어 보시고 겨우 육십 대 초반에 우리 곁을 떠난 엄마,

조금만 더 오래 사셨더라면 밍크코트도 사드리고, 연세 드셔 머리끝까지 시리다는 어느 겨울날엔 밍크모자도 꼭 씌워드렸을 텐데...

지금이야 가볍고 따뜻한 패딩코트가 흔하지만 그 시절에는 밍크코트가 가장 따뜻하고 예쁜, 모든 여자들의 로망이었다.

아무리 애써도 다시 손에 쥘 수 없는 지난날이기에, 그 깨달음은 내 마음에 먼지가 잔뜩 낀 듯 답답하고 더 아프게 한다.

만약 내게 단 한 번 ,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허락된다면 주저하지 않고 엄마와 살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그때로 돌아가 지금 내 자식들에게 주는 애정과 사랑을 엄마께도 더 다정히, 더 풍성히 온전히 다 드리고 싶다.

인생은 언제나 되돌릴 수 없는 단 한 번 뿐이라는 자명한 진리 앞에서, 얼마나 덧없는 바람인가!

만약 엄마가 살아 계시다면, 6년 전 돌아가신 시어머니가 살아 계시다면 내가 어떻게 살아가길 바라실까?

나는 그 질문을 마음 한편에 늘 조용히 품고 살아가고 있다.


수십 년 전, 그 시를 읽은 후 남편에게 말했다.

부모님과 아이들 교육은 형편이 허락하는 한 아끼지 말자고...

물질은 잃고 얻기를 거듭하지만 부모님이 떠난 자리는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다.

돌아가시고 나야 좀 더 따뜻하게, 좀 더 마음을 다 할 걸 하며, 평생 돌이킬 수 없는 한으로 남는다.

또 아이들의 교육은 시기가 있어 그들의 삶을 길게 받쳐 줄 보이지 않는 토대가 되며, 그들의 삶을 지탱해 줄 자산이 된다.


그 이후로 나는 자연스럽게 두 가지 화두를 내 삶의 좌우명처럼 품고 살았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역지 사지"

비록 속이 상하는 순간이 찾아와도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려보고, 훗날 내가 내린 선택들이 부끄러운 후회로 돌아오지 않도록 조심스럽고 신중히 살려고 애써왔다.

하지만 나이가 들은 지금도, 후회를 또다시 반복하며, 그 삶을 되새기며 조금씩 고쳐가며 살아가고 있다.

결국엔 덜 후회하기 위해선 순간순간을 더 정성껏 살아내는 일이라는 걸 조금이나마 깨달으며 평생을 살고 있다.

그 덕분에 지금의 내 삶이, 후회가 조금은 덜한 모습으로 남아 있는 듯하다.

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나를 다잡는다.

앞으로 나의 삶에 "그때도 알았더라면"을 조금이라도 덜 남기지 위해 많이 사랑하고 더 이해하며 살려고...

인생이란 결국, 이러한 나의 마음을 하나씩 쌓아 올리며 조금씩 후회를 덜어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 정성을 담은 과일 한 접시, 오늘도 누군가의 마음에 꽃이 피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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