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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더 특별했던 한 조각 가을

모든 것이 내 마음 한편에 한 조각 가을로 남았다.

by sandra

10월은 이민생활을 함께 걸어온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간 달이었다.

한국체전이 열리면서 지인들이 하나, 둘 한국을 찾았고, 반가운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내 마음도 즐거움으로 들썩였다.

지인들과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오랜만에 이민 생활의 기억을 나누다 보니 많은 이야기꽃이 피었고, 웃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 많은 대화 속에는 세월의 흔적과 변함없는 따듯한 정이 함께 묻어 있었다.

또 함께 하는 식사는 마음이 풍성해지는 시간이었고 그동안 알지 못했던 사실들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브라질에 있는 동안 우리는 주로 브라질 음식만 먹으러 다녔는데,

오랜 세월을 외국에서 지낸 지인들이 유난히 간장게장을 좋아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짭조름란 간장게장을 맛있게 먹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 그 자체로 내게 또 하나의 기쁨이었다.

또 친구부부와 고깃집에 들려 숯불 위에서 구워낸 갈빗살을 먹으며 "나 고기가 고팠어"하는 친구의 말에 순간 내가 선택한 식당이 친구를 만족하게 해 줬다는 사실에 흐뭇했다.

뜨거운 숯불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 냄새와 맛있게 먹는 친구부부와의 시간은, 바쁜 일상 속에서, 인간적인 온기를 다시 느끼게 해 주었다.



가을빛이 짙어져 가는 어느 날,

하늘은 유난히 높고, 도로 양옆으로 늘어선 가로수들이 붉고 노랗게 가을 옷을 갈아입은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강가로 난 도로는 햇살에 반짝이는 물빛을 따라 굽이굽이 이어졌고 , 차창 너머로 스치는 풍경마다 가을의 냄새가 배어 있었다.

그렇게 가을을 만끽하며 따라가다 보니 팔당댐이 펼쳐졌다.

친구 부부, 시동생부부와 함께 팔당댐의 풍경을 바라보며 숯불 장어구이를 즐겼고, 자연스럽게 웃음소리와 이야기가 오갔다.

강물은 고요히 흐르고 , 강가를 따라 번져가는 울긋불긋한 단풍이 햇살에 비쳐 한층 더 아름다웠다.

그리고 노릇하게 구워진 장어의 향이 가을 풍경과 어우러져 그 순간이 더없이 특별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한 그 시간은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마음에 오래 남을 한 폭의 그림이었다.

언젠가 그날이 떠올릴 때면 , 그때 함께 웃던 이들의 얼굴은 나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한 달 전 친구 부부를 곧 만날 거라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그런데 내일 떠난다는 사실만으로 , 아직 떠나지도 않았는데 마음 한편이 허전하다.

살아가는 모든 일들이 내 마음에 달린 듯, 설렘도 허전함도 모두 내 안에서 출렁인다.

한 달 넘게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시간을 보내던 지인들이 하나둘 떠나고 , 이제는 모두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언제나 그러듯 좋은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간다

그때의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허전함이 자리한다.

내 마음이 이렇듯 허전한 것은 그들과 함께한 시간들이 따뜻했기 때문일 것이다.

썰물이 빠져나간 자리마다 갯벌이 보물처럼 남아 있듯, 허전한 내 마음에도 어딘가 보물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제는 마음속 보물을 천천히 들여다 보고, 하나씩 캐내며 다시 밀물이 차 오르길 기다린다.


* 작은 크리스마스 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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