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풍경
전생에 바다와 깊은 인연이라도 있었던 걸까?
나는 유난히 생선 구경하는 일을 좋아한다.
외국에 살 때도 그랬고, 한국에 돌아온 지금도 마트나 시장에 가면 꼭 생선 코너를 돌아본다.
가지런히 놓인 생선들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따뜻해진다.
꼭 무언가를 사지 않더라도 이것저것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잠시 바다를 다녀오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현실은 그리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아파트에서 생선을 굽거나 끓이면 특유의 비린냄새가 온 집안에 오래 남는다.
나도 남편도 그 냄새를 견디기 힘들어한다.
환기를 시켜도 쉽게 빠지지 않는 그 냄새 때문에 결국 우리는 생선을 집에서 거의 해 먹지 않는다.
그래서 생선을 먹고 싶을 때는 집이 아니라 식당으로 간다.
그래도 명절만큼은 예외다
오늘은 설날. 아침을 간단히 먹고 시동생 부부와 함께 수산시장을 갔다.
명절답게 사람들이 붐비고 여기저기서 손님을 부르는 소리, 물건을 고르는 모습, 흥정하는 모습등 어릴 적 엄마의 손을 잡고 따라다니던 재래시장의 풍경이 떠올라 더 정이 가고 사람 사는 곳 같다.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북적이는 시장의 기운을 느끼는 일도 명절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수산시장을 일 년에 두세 번 가지만 나름의 단골집이 있어 찾아갔다.
수조에서 헤엄치던 생선을 골라 바로 손질해 회를 떠 접시에 담아 주고 매운탕용 서더리도 알뜰하게 챙겨 주시는 사장님의 손길이 분주하다.
여기에 큼직한 킹크랩까지 한 마리 곁들리니 마음이 든든하다.
집으로 돌아와 차려낸 식탁은 풍성했다.
활어회의 쫄깃한 식감과 씹을수록 나는 단맛을 즐기고, 18분간 정성껏 찐 킹크랩 다리 살을 발라 먹으며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게딱지에 밥까지 비벼 먹으니 금상첨화였다.
아주 가끔 먹는 별미지만 남편은 특히 내 손맛이 담긴 매운탕을 좋아한다.
서더리로 매운탕을 끓이고 감자 수제비를 떼어 넣은 뒤, 회를 먹고 난 후 따뜻하게 마무리한다.
우리 집 회의 완성은 매운탕이다.
우리 부부와 시동생의 아이도 미국에서 학업을 마치고 그곳에 정착해 살고 있다.
그래서 명절이 되면 쓸쓸해질 수 있는 시간들을 시동생 부부와 함께 모여 보낸다.
거창한 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같이 밥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명절다운 온기가 느껴진다.
가까이에서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이 있다는 것이 고맙고도 든든하다.
시동생은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아내와 형수님이 이렇게 잘 지내주니까 우리 형제도 마음 편하게 자주 볼 수 있어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집안의 분위기라는 것은 결국 사람 사이의 마음에서 만들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여자들이 어떻게 서로를 대하느냐에 따라 가족의 모양이 달라지기도 한다.
부드러운 말 한마디, 함께하려는 마음, 작은 배려들이 쌓여서 지금처럼 자연스럽게 오가고 정을 나누는 관계가 되었을 것이다.
*싱싱한 활어회와 초밥, 큼직한 킹크랩까지 더해져 한층 풍성해진 식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