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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Oct 06. 2023

얄미운 (?) 스웨덴 거래처

스웨덴의 한 거래처가 있는데 그들은 저희 제품을 대량 구매한 후 자신의 고객들에게 (End user) 판매하는, 일종의 도매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 거래처가 저희 제품을 구매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사용하는 업체들은 실수요업체 (End user)들이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함께 실 수요업체들을 방문하여 그들의 요구 사항이나 저희 제품에 대한 평들을 직접 들어보곤 합니다.


이와 같은 목적으로 스웨덴을 방문했는데 저희 스웨덴 거래처가 공항 픽업 및 호텔예약을 잡아 주었습니다. 공항에서 저를 픽업 후 호텔까지 가는데 생각보다 한참 운전을 하더군요. 좋은 호텔들이 있는 큰 마을들을 계속 지나쳐 결국은 산에 둘러싸인 조그마한 마을의, 역시 조그마한 호텔 앞에 데려다주었습니다.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 훌쩍 넘어 있어 상당한 시장기를 느꼈습니다. 저희 거래처는 저희가 제품을 공급해 주어야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저희가 살짝 "갑"인 입장이어서 그 거래처가 초대할 저녁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즐거운 상상을 하며 호텔 체크인을 하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저에게 오더니 쿨하게 "See you tomorrow" 하고 그냥 가버리더군요.


다소 당황하긴 했지만 건조한 유럽의 접대문화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오랜만에 이국땅에서 혼자 식사를 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고 생각하며 주위 식당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산골짜기 마을에서 마땅한 식당을 찾을 수 없어 호텔에 문의해 보니 근처에 식당은 없다 하더군요.  또다시 약간 당황은 했지만 스웨덴 시골 호텔의 저녁식사도 나쁘지 않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는데 호텔 식당은 아침 식사만 된다고 하더군요.  결국은 호텔방 미니바에 있는 과자와 초콜릿을 긁어모아 겨우 허기를 면했습니다.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생존을 위해 할 수 없이 과자를 씹다 보니 도시의 호텔은 모두 놔두고 굳이 이렇게 외진데 위치한 호텔을 잡아준 거래처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다음날 저를 픽업하러 온 거래처에게 이렇게 외진데 위치한 호텔을 잡은 이유를 물었더니 "이 호텔이 자기 집에서 10분 거리라 편리해서 그랬다" 라며 어제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쿨하게, 밝은 표정으로 답하더군요. 아무리 개인주의가 강한 유럽인이라지만 이 친구의 행태는 에티켓 결여입니다. 그동안 많은 유럽인들을 만나봤지만 개인의 시간을 좀 손해 보더라도 기본적인 예의는 갖추려는 자세는 되어 있었습니다. 그 스웨덴 거래처 친구가 눈치가 좀 있어서 그럴듯한 다른 이유를 댔으면 좋았을 텐데 그의 솔직한 (?) 답변을 들은 이후 그 친구를 고운 눈으로 볼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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