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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Oct 04. 2023

내비게이터가 없던 시절의 출장

요즘이야 내비게이터가 핸드폰에까지 내장되어 있고 실시간 교통 혼잡 정보를 이용하여 최적화된 길 안내까지 받을 수 있지만 제가 처음 유럽 주재원 생황을 할 때에는 지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당시 조수석 박스에는 유럽 각국의 지도로 가득 차 있었고 주유소에서도 각국의 지도를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지도가 있더라도 옆에서 지도를 보며 길 안내를 해주지 않으면 딴 길로 세기 일수였는데 개인적인 여행을 할 경우에는 아내가, 출장일 경우에는 동료가 지도를 보며 길 안내를 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며 독일 고속도로의 경우 한번 길을 잘못 타면 U 턴을 할 수 있는 인터체인지가 멀리 있는 경우가 많아 순간 실수로 인해 1시간 이상 늦는 경우도 빈번했습니다. 


이 때문에 출장 전에는 지도를 보며 어느 정도 길 방향을 숙지하여 실수를 최소화하려 했고 V.I.P 가 오셨을 경우 미리 방문 장소 경로를 따라 목적지를 찾아가는 사전 운전 연습을 하여 실수를 최소화하려 했는데 당일 사정에 따라 목적지를 제대로 찾지 못해 곤욕을 치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후 내비게이터를 사용해 보니 지금 기준으로는 원시적이지만 그 당시 초기 내비게이터 기능조차 정말 꿈만 같았으며 가히 자동차 출현 이후 최대의 자동차 관련 발명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V.I.P 를 모시거나, 새로운 지역으로 출장을 가더라도 불안함 없이 정시에 맞춰 출발하는 편리한 생활이 되었습니다.


내비게이터가 나오기 전 독일 Heilbronn이라는 프랑크푸르트 남쪽에 위치한 도시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마침 아이가 방학이라 아내와 아이를 동반했고 처음 방문하는 도시, 거래처라 아내가 조수석에서 지도를 봐주며 목적지를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도시에서 도시까지는 지도와 도로 표지판을 통해 큰 무리 없이 찾아갈 수 있는데 문제는 도시에 도착해서부터입니다. 지도에 의존하여 골목골목을 찾아가야 하는데 이게 보통일이 아니며 주로 이때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습니다. Heilbronn 출장도 마찬가지로 도시까지는 잘 찾아갔는데 시내에서 거래처를 찾아가기가 너무 어려워 결국은 지나가던 택시를 세워 거래처 주소를 보여 주며 저를 안내해 달라고 부탁하여 겨우 찾아갔습니다.  이 방법은 그 전이나 이후에도 위급시 종종 사용한 방법이었습니다. 


미팅을 마치고 나오니 근처 놀이터에서 아내가 아이를 그네를 태워주며 놀고 있더군요. 그 장면을 보고 Heilbronn이라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독일의 낯선 도시에서,  가장인 나 하나만을 의지하여 따라오고, 또 살아가고 있는 가족에 대한 무한한 책임감과 애절함을 순간 느꼈는데 아직도 그 느낌이 절절하게 기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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