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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Oct 02. 2023

포르투갈 사장님 : 있는 자의 여유 또는 비매너

저희 포르투갈 거래선은 1977년에 설립되었는데 곡물 트레이딩으로 돈을 많이 벌어 지금은 상당한 규모의 회사가 되었고 창립자의 아들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아들은 한눈에 봐도 귀티가 나는 중년으로 리스본 타구스강이 한눈에 보이는 부유층들이 거주하는 언덕에 살고 있는데 저녁 식사는 별도로 하지 않고 와인 저장소에 보관 중인 고급 와인 몇 잔을 치즈 및 하몽 (스페인산 햄)과 함께 한다 합니다.  저물어 가는 석양밑에서, 리스본 타구스강을 바라보며 아끼는 와인을 고급 치즈와 하몽과 함께 즐기는 상상을 하니 부럽네요. 이 사장님은 스페인산 햄인 하몽 (Jamon)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포르투갈 와인 및 모든 식품이 스페인보다 우수하지만 단 하나, 하몽은 스페인산을 따라갈 수 없다 하시더군요. 포르투갈 사람들은 스페인이 옆에 붙어 있어서 그런지 스페인과 묘한 경쟁의식이 있습니다. 


독일의 한 전시회에서 이 포르투갈 사장님과 그의 직원들에게 저녁접대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연히 와인도 곁들였는데 사장님 와인 입맛이 까다로운 것을 알고 있는 저는 그에게 와인 선택권을 주었습니다. 주문한 와인을 시음하던 사장님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퇴짜를 놓더군요.  와인 시음은 와인의 맛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그 와인이 상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으로서 웬만하면 퇴짜를 놓지 않는데, 이분은 자신 있게 퇴짜를 놓은 후 다른 와인을 주문하더군요. 참고로 퇴짜를 놓은 와인은 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식당은 이 와인값을 저희에게 청구했습니다.


다행히 다음 와인은 합격을 했지만 자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그것도 접대를 받는 처지라 상대방이 돈을 내야 하는 상황에서 퇴짜를 놓은 그 사장님의 행동이 부족함 없이 자란 있는 자의 여유인지, 아니면 버릇이 없게 자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와인 주문부터 시음, 퇴짜, 2차 와인 시음 및 환한 미소를 지으며 2차 와인 합격 판정등의 프로세스가 워낙 자연스러워 기분 상하지 않고 즐겁게 식사를 마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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