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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Sep 28. 2023

클레임을 통해 만든 진짜 아일랜드친구

앞에서 "My friend"를 남발하며 희망 고문을 하신 아일랜드의 시니어 바이어에 대한 글을 올린 바 있습니다. 이번글은 시니어 바이어가 은퇴하신 후 새로 구매를 담당하시게 된 분 이야기입니다.


신규 바이어는 약 40대 중반의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전임자에 비해 20 여살 젊고, 아일랜드 사투리도 덜 사용해 소통이 편하고 객관적인 조건에 의거하여 계약 결정을 하는 분으로서 이분이 부임하자마자 첫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전임자와는 4년 동안 갖은 노력을 해도 결실을 맺지 못한 경험이 있어 이 첫 계약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첫 거래 납품분에서 품질 클레임이 발생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한 첫 거래인데 클레임이 발생하니 정말로 난감했습니다.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라고 판단, 본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여 공장의 품질 담당 팀장님이 직접 아일랜드로 날아와 해결해 보기로 했습니다. 클레임 발생 후 1주일이 지나지 않아 저와 품질 담당이 찾아가 클레임 발생 원인 및 재발 대책을 진실되게 설명을 해 주니 이 바이어분이 감동하더군요. 특히 한국에서 품질담당이 직접 아일랜드로 날아온 것이 그의 감정선을 건드린 것 같았습니다. 이로 인해 업무미팅은 순조로이 끝났고 그 바이어분의 초대로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아일랜드인들은 술에 진심인 민족이라고 들었는데 그날 이를 온몸으로 체험했습니다. 저녁식사는 간단히 맥주로 시작했는데 그 후 자리를 옮겨 와인, 위스키, 칵테일을 마셨고 가물거리는 기억으로 마지막 들린 곳은 Pub 맥주집이었는데 아마 4차로 기억합니다. 이쯤 되니 거래처라기보다는 친구끼리 마시는 분위기가 되었고 재미있는 것은, 한국에서 오신 품질담당팀장님은 영어를 거의 못하셨는데 Pub에서 어느 아일랜드 중년 여자분과 웃으며 소통하고 계시더군요. 술의 긍정적인 효과였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술이 깨지 않아 호텔 조식도 건너뛰었는데 메시지 하나가 와 있더군요. 바이어분이 보내셨는데 "어제 같이 갈려던 술집이 더 있었는데 너희들이 너무 취해 못 데려가 유감이다. 다음번엔 꼭 끝까지 가자. 참고로 나는 너희가 호텔에 돌아간 후 한잔 더 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분도 그날 저녁 엄청나게 마셨는데 앞으로 아일랜드 사람과 술 마실 일이 있으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이후로 지금까지 저희 회사는 이 업체의 주 공급처로서 자리매김했으며  비즈니스면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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