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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Sep 27. 2023

"My friend"를 연발한 가짜(?) 아일랜드 친구

아일랜드에 상당한 규모의 잠재고객이 있었으며 이 회사에 저희 원료 제품을 납품하기 위해 수년간 공을 기울였습니다. 일반적으로 구매 담당은 Manager급인데 이 업체의 구매 담당은 Procurement director이자 이사회 멤버인 60대의 중량급이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아일랜드 영어는 독특한 억양으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으며 약간의 사투리를 쓰며 빨리 얘기를 하면 웬만큼 영어를 한다는 사람도 이해하기 힘듭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구매 이사님이 이런 스타일이라 소통하는데 진땀을 빼었습니다만,  말끝마다 My friend 라 하며 친절하게 대해 주시고 첫 아일랜드 공장 방문 시에는 타이타닉호를 제작한 공장 투어도 직접 시켜 주신 후 공항까지 본인의 고급 재규어 차량으로 데려다주시는 등,  그분의 따뜻함과 친절은 조만간 거래를 시작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계약 시즌이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계약을 기피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다른 업체와 계약을 했다고 밝히며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해 주시기도 했는데 이 와중에도 My friend라는 추임새를 잊지 않으셔 다음번에는 계약을 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저버리지 못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분이 구매 결정권자로 있었던 약 4년간,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도 하고 잦은 방문을 통한 관계 유지를 도모하는 등 나름 노력을 했고  와중에 My friend라는 친근한 호칭을 수백 번 들었지만 한 번도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습니다.  그 회사와 첫 번째 계약을 성사시킨 시기는 이분이 은퇴한 후 구매 담당자가 바뀌자마자였습니다. 결국 저희 조건에 상관없이 저희와 계약할 의사가 애초부터 없었던 것인데 왜 굳이 My friend를 남발하며 희망고문을 하셨는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그분의 천성상 모진 말을 할 수 없어 그랬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비록 그분과 비즈니스면에서 좋은 기억은 없지만, 그분이 필요이상으로 남발하셨던 "My friend"라는 단어와 그 당시의 친절한 목소리를 떠올리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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