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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Sep 21. 2023

제리 친구 Bertrand -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전에 프랑스의 럭비선수 출신인 "제리"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제리는 저희 거래회사의 managing director였는데 어느 날 저에게 잘 생긴 프랑스 중년을 소개해 줬습니다. 중년의 이름은 Bertrand였는데 프랑스어로 "베트랑"이라고 발음하더군요. 아무튼 이 친구는 제리의 어시스턴트 역할을 했는데 알고 보니 제리의 고등학요 친구였더군요. 성격도 좋고 젠틀하지만 다소 수동적이고 shy 하여 제리와는 정반대 성격의 캐릭터였습니다.  제 느낌으로는 그가 마땅한 일자리를 잡지 못해 방황하는 것을 제리가 자기 회사로 영입한 것 같았는데 제가 이 친구에게 결례를 범한적이 있습니다. 그와 대화를 하는데 목이 많이 쉰 것 같아 웃으며 감기에 걸렸냐고 물어봤더니 20대에 큰 자동차 사고를 당해 목을 다쳐 영구적으로 쉰 목소리를 낸다 하더군요. 모르고 물어본 거지만 아픈 기억을 끄집어낸 것 같아 미안했습니다. 


Bertrand는 제가 제리를 만날 때마다 동반했는데 활발하고 정력적인 제리의 그림자에 가려 기를 못 피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기적으로 보면 제리가 센강 근처의 회사를 그만두고 이직할 때 Bertrand를 영입한 것 같은데 이들과 주로 만난 사무실은 몽파르나스 43층이었습니다. 당시 이 건물은 보안이 까다로워 저와 같은 방문자가 사무실로 올라가려면 일단 1층 리셉션에 등록을 해야 하고 이후 방문지 직원이 내려와 저를 데리고 올라가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주로 비서나 막내들이 이 역할을 했는데 항상 Bertrand 가 내려와 저를 제리에게 데려가곤 해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당시 미팅룸에서 찍은 것입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정말로 경관이 좋습니다.


이후 Bertrand 가 회사를 그만두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저의 기억에서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 어느 날 갑자기 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어느 사료회사 공장의 총책임자로 영입되었는데 마침 저도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프랑스 렌 (Rennes)의 한 전시회에서 만나자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는 전시회장이 아닌 전시장 주변 고급 레스토랑에 저녁 초대를 받았는데 가 보니 저뿐만 아니고 여러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초대했더군요. 과거와 같이 어중간한 어시스턴트가 아닌 규모 있는 공장의 총책임자로서, 그리고 그날 저녁 파티의 호스트로서 자신감 있고 활력 있게 대화하는 그를 보고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옛말을 떠올렸으며 그렇게 변화된 그에게 진심으로 축하 인사를 보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날 저녁 식사는 저 개인적으로 손꼽을 수 있는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Bertrand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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