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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Sep 18. 2023

이태리 거래처의 가정식 (?) 점심 접대

바리는 (Bari) 이탈리아 남부 풀리아주에 있는 도시입니다. 인구는 3십만 명이 조금 넘는 항구 도시인데 이탈리아 반도와 발칸반도를 잇는 중요한 해상 교통로에 있어 일찍부터 발달했다 합니다.  저는 이곳에 위치한 파스타 공급업체의 품질 감사를 위해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Bari는 남부도시라 그런지 여름에는 온도가 쉽게 40도를 웃돌기도 하는데 제가 방문한 7월은 대낮의 온도가 42도까지 올라갔습니다.  직항이 없어 로마를 경유해 도착했는데 공항에서 나오는 순간 더운 바람을 Full로 내뿜고 있는 에어컨 실외기에 둘러싸인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의 경우 도시가 얼마나 잘 정돈었는지를 판단하는 근거 중의 하나가 도로입니다. 선진국일수록, 선진 도시일수록 도로가 평탄하고 좋은 아스팔트를 사용하여 승차감이 좋고 도로선이 선명하게 표기되어 있습니다. 제 경험상 도로가 우수한 국가가 네덜란드인데 네덜란드 고속도로를 한참 달리다가 독일이나 벨기에에 접어들면 승차감이 급속하게 떨어집니다. 독일의 경우 통일이 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과거 동독 지역의 도로 사정이 여전히 서독지역에 비해 열악한데 소위 말하는 땜빵이 많습니다. 


Bari 공항에서 차를 렌트하여 달리기 시작했는데 도로포장이 대부분 콘크리트 포장이어 승차감이 좋지 않았고 무엇보다 도로선이 거의 없고 도로 폭이 일반 차선의 1.5배 정도넓이라 한 차선에 두 차가 바짝 붙어서 어중간하게 달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는 등 운전도 쉽지 않았습니다.  어렵게 파스타 공장에 도착하니 공장 상태가 기대에 훨씬 못 미쳤는데 함께 방문한 동료는 가내수공업 같다고 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파스타 회사 사장은 영어도 잘하고 붙임성도 좋아 적극적으로 공장 투어를 해 주고 1년 후 진행될 공장 확장 계획 브리핑과 신규 공장 부지까지 보여주는 등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여,  현재보다는 미래를 보고 협업을 해야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공장 실사 및 서류 작업을 하는 중 점심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장님이 점심은 어떻게 하겠냐고 물어보시어 가급적이면 간단하게 공장에서 하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더니 좀 있다 식사하러 식당으로 오라 하시더군요.  식당은 대여섯 명이 앉을 수 있는 아담한 가족식당 규모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태리 음식을 좋아해 잘하면 맛있는 이태리 시골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는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은 냉장고에서 보관용 플라스틱 용기를 꺼내더니 그곳에 보관된 각종 치즈를 일회용 접시에 나눠 담더니 빵과 함께 먹으라 하더군요. 마치 우리나라 가정집에서 냉장고에 보관된 반찬들을 꺼내 가족들과 같이 먹는 모양새였는데 가족 간이면 모를까,  모르는 사람들끼리 미리 개봉되어 보관된 음식들을 나워 먹자니 어색하기도 하고 위생상으로도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한 여러 종류 치즈 대부분이 익숙지 않은 맛이라 한 덩어리 삼키는 것도 고역이었습니다. 안 되겠다 싶었는지 사장님이 피자 두 판을 주문해 주어 그나마 허기는 면했습니다. 거래처들과 수많은 점심을 함께 해봤지만 이태리 Bari 에서와 같은 친근한 (?) 가정식은 처음이었는데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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