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로라 Sep 01. 2023

지프(Jeep)? 아니 지프니(Jeepney)

필리핀 출장을 갔을 때 일입니다. 저희 거래처와 상담 시 그쪽 여사원이 동석하였습니다. 덩치는 작지만 강단 있고 영어 잘하고 몸에 잘 맞는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그녀는 프로라는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업무 미팅 이후 저녁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출퇴근 거리는 어느 정도냐, 출퇴근 수단은 뭐냐"  등 일상적인 얘기를 했는데 그 여자 직원은 지프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하더군요. 당시 필리핀에서 지프를 몰 정도면 상당한 부유층이어야 했기에 솔직히 그 여직원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식당에서 나왔는데 여직원이 "저게 내가 타는 지프다"라고 거리 방향을 손짓하더군요. 그녀의 손끝이 닿은 곳은 지프가 아닌 지프니 (Jeepney)였습니다.  지프니는 필리핀의 주요 대중교통수단인데 우리나라 버스나 지하철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지지만 아직도 약 20만 대가 필리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소시민들이 Daily life를 위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Jeepney


저는 그 여직원이 시원한 에어컨을 틀며 여유 있게 출퇴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저녁으로 혼잡하고 더운 지프니를 이용한다 하니 좀 측은하고 오해를 한 데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워낙 똑똑한 아가씨라 지금은 지프니가 아닌 지프를, 아침저녁으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며 손수 몰고 다니는 커리어 워먼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냉정한 스위스 거래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