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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Jeep)? 아니 지프니(Jeepney)

by 오로라

필리핀 출장을 갔을 때 일입니다. 저희 거래처와 상담 시 그쪽 여사원이 동석하였습니다. 덩치는 작지만 강단 있고 영어 잘하고 몸에 잘 맞는 비즈니스 정장을 입은 그녀는 프로라는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업무 미팅 이후 저녁 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출퇴근 거리는 어느 정도냐, 출퇴근 수단은 뭐냐" 등 일상적인 얘기를 했는데 그 여자 직원은 지프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하더군요. 당시 필리핀에서 지프를 몰 정도면 상당한 부유층이어야 했기에 솔직히 그 여직원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맛있게 먹은 후 식당에서 나왔는데 그 여직원이 "저게 내가 타는 지프다"라고 거리 방향을 손짓하더군요. 그녀의 손끝이 닿은 곳은 지프가 아닌 지프니 (Jeepney)였습니다. 지프니는 필리핀의 주요 대중교통수단인데 우리나라 버스나 지하철에 비해 수준이 많이 떨어지지만 아직도 약 20만 대가 필리핀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많은 소시민들이 Daily life를 위해 이용하고 있습니다.


Jeepney


저는 그 여직원이 시원한 에어컨을 틀며 여유 있게 출퇴근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침저녁으로 혼잡하고 더운 지프니를 이용한다 하니 좀 측은하고 오해를 한 데에 대해 미안한 생각이 들더군요. 워낙 똑똑한 아가씨라 지금은 지프니가 아닌 지프를, 아침저녁으로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며 손수 몰고 다니는 커리어 워먼이 되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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