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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Oct 17. 2023

공항은 가급적 빨리 도착하세요

출장이 잦고 여행도 좋아해 공항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공항에 빨리 가는 버릇이 몸에 배었습니다. 장기노선일 경우 최소 출발 3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안심이 되고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정도 걸리는 유럽 국가 간 노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분들은 출발 1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 했지만 겨우 겨우 수속을 마쳐 결국 비행기를 탔다고 무용담처럼 자랑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로서는 상상을 할 수 없습니다. 요즘은 공항 인터넷도 잘 되고 부대시설도 다양해 공항에 미리 도착하여 여유 있게 밀린 업무를 보거나 쉴 수 있고 저는 이상하게도 공항에서 집중이 잘돼 사무실에서 끝내지 못한 일은 모아서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렇게 공항에 빨리 도착함으로써 실질적으로 득을 본 경우가 있습니다. 네덜란드에 거주하며 이태리로 출장을 갈 일이 있었는데 당시 심한 독감이 걸린 상태였습니다. 몸은 힘들었지만 버릇대로 공항에 약 3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독감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인지 여권을 숙소에 놓고 온 것을 공항 도착 후에야 알았습니다. 하지만 넉넉한 시간 덕분에 숙소에 택시를 타고 가 여권을 가지고 다시 공항에 도착, 지장 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어 차질 없이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독감이 워낙 심해 거래처의 소개로 소문난 이태리 동네 맛집에서 함께한 식사의 맛을 전혀 느낄 수 없었는데 지금도 그 부분은 좀 아쉽습니다. 비록 여권을 놓고 오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지만 몸에 밴 버릇 덕분에 어렵게 잡은 미팅을 취소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습니다.


또 한 번은 2011년 3월입니다. 제가 한국에 출장으로 체류 중이었는데 유럽으로 복귀 전날 그 끔찍한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했습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그 지진으로 인해 제가 유럽으로 돌아올 직항 항공편이 취소되었는데 저는 이를 모르고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물론 장기 노선이라 여유 있게 약 4시간 전에 도착했습니다. 공항도착 후 항공편 취소를 알게 되어 무척 당황했는데 고맙게도 항공사 직원들이 열심히 대체 편을 찾아주시어 런던을 경유하여 목적지로 가는 아시아나 항공편을 잡아 주셨고 출발이 임박하여 공항 직원분의 안내로 함께 게이트로 뛰어가 겨우 이 비행기를 탈 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런던을 경유하기는 했지만 취소된 직항편의 목적지 도착 예정 시간보다 약 3시간 정도 후에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그 당시로서는 최선의 대체 편이었는데 이가 가능했던 것은 제가 워낙 공항에 빨리 도착했고,  또 항공사 직원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런던향 아시아나 항공을 탈 수 있어서입니다. 이후 도착하신 승객들은 홍콩을 경유하는 케세이 퍼시픽 항공을 배정받아 하루가 지난 다음날에야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공항에 늦어도 출발 3시간 전에 도착하는 버릇을 유지하고 있으며 아마 제가 비행기를 마지막으로 타는 날까지 이 버릇이 유지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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