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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업체의 연말 선물 - 하몽 (Jamon)

by 오로라

유럽은 뇌물이나 과도한 접대가 없는 문화지만 연말에는 친하거나 우량 거래선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회사도 연말에는 저희 회사에 기여를 한 고객사들을 추려 고급 샴페인 한 병씩을 선물로 발송하는데 반응이 무척 좋아 매년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제가 거래처로부터 선물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스페인 거래선이 매년 연말에 보내주는 하몽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하몽은 스페인산 돼지다리로 만든 생햄인데 돼지육종 및 사료, 건조 연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합니다. 제 스페인 거래선은 제가 스페인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할 때 하몽을 너무나 맛있게 먹은 게 인상적이었다며 연말 선물로 하몽을 보내줬는데 문제는 포장이었습니다. 하몽은 전용칼로 아주 포를 뜨듯이 얇게 슬라이스 하여 먹는데 이렇게 먹기 좋게 자른 형태로 선물 포장을 한 제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스페인 업체는 항상 돼지다리 전체를 보내 주고 있습니다. (아래와 사진과 같은 형태입니다)

처음 선물을 받았을 때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고 신기하기도 해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슬라이스를 하려 하니 이게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나름 잘 드는 칼로 포를 떠 보았으나 햄 표면만 스치고 손도 다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이리저리 수소문해 보니 행사 대행업체가 슬라이스를 할 수 있다 하더군요. 아마 단체 행사를 하면서 행사 인원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하몽을 썰어주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 것 같은데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하몽 다리 하나 슬라이스 해주는데 200유로 (약 28만 원)를 청구하여 이 방법은 포기하고 일단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하몽은 절임 식품이기 때문 상온 유통기한이 길어 습기가 없는 곳에서 몇 달을 보관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제 독일 거래처 중 하나가 역시 그 스페인 업체로부터 하몽 다리 하나를 선물 받았는데 그 독일 친구가 잘 아는 정육점에서 하몽을 슬라이스 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정육점은 네덜란드 국경 근처의 독일 소도시에 위치했는데 별다른 방법이 없던 저는 차를 몰고 약 300 키로를 운전해 가 약 100유로를 주고 슬라이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서비스도 원래 하지 않는데 제 독일 거래처의 소개 덕분에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리 한 짝을 모두 포를 뜨니 그 양이 엄청났습니다. 일부는 주위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는데도 다리 하나의 고기 양이 너무 많아 먹어도 먹어도 남더군요. 나중에는 김치볶음밥에 햄 대신 하몽을 넣어 먹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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