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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Oct 19. 2023

스페인업체의 연말 선물 - 하몽 (Jamon)

유럽은 뇌물이나 과도한 접대가 없는 문화지만 연말에는 친하거나 우량 거래선들에게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회사도 연말에는 저희 회사에 기여를 한 고객사들을 추려 고급 샴페인 한 병씩을 선물로 발송하는데 반응이 무척 좋아 매년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제가 거래처로부터 선물을 받는 경우도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스페인 거래선이 매년 연말에 보내주는 하몽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하몽은 스페인산 돼지다리로 만든 생햄인데 돼지육종 및 사료, 건조 연수에 따라 가격이 상이합니다.  제 스페인 거래선은 제가 스페인에서 함께 저녁식사를 할 때 하몽을 너무나 맛있게 먹은 게 인상적이었다며 연말 선물로 하몽을 보내줬는데 문제는 포장이었습니다. 하몽은 전용칼로 아주 포를 뜨듯이 얇게 슬라이스 하여 먹는데 이렇게 먹기 좋게 자른 형태로 선물 포장을 한 제품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저희 스페인 업체는 항상 돼지다리 전체를 보내 주고 있습니다. (아래와 사진과 같은 형태입니다)

처음 선물을 받았을 때는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고 신기하기도 기쁜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슬라이스를 하려 하니 이게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집에서 나름 드는 칼로 포를 보았으나 표면만 스치고 손도 다칠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이리저리 수소문해 보니 행사 대행업체가 슬라이스를 할 수 있다 하더군요. 아마 단체 행사를 하면서 행사 인원들이 보는 앞에서 직접 하몽을 썰어주며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역할을 같은데 문제는 가격이 너무 비쌌습니다. 하몽 다리 하나 슬라이스 해주는데 200유로 (약 28만 원)를 청구하여 방법은 포기하고 일단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하몽은 절임 식품이기 때문 상온 유통기한이 길어 습기가 없는 곳에서 몇 달을 보관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제 독일 거래처 중 하나가 역시 그 스페인 업체로부터 하몽 다리 하나를 선물 받았는데 그 독일 친구가 아는 정육점에서 하몽을 슬라이스 해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정육점은 네덜란드 국경 근처의 독일 소도시위치했는데 별다른 방법없던 저는 차를 몰고 300 키로를 운전해 가 100유로를 주고 슬라이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서비스도 원래 하지 않는데 독일 거래처의 소개 덕분에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리 한 짝을 모두 포를 뜨니 그 양이 엄청났습니다. 일부는 주위 사람에게 나누어 주었는데도 다리 하나의 고기 양이 너무 많아 먹어도 먹어도 남더군요.  나중에는 김치볶음밥에 햄 대신 하몽을 넣어 먹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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