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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Oct 25. 2023

최악의 벨기에 호텔 - Mozart 호텔

몇 주 전부터 프랑스 빈대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며칠 전에는 영국에서도 빈대가 발견되었다 합니다. 유럽은 서로 생활권이 얽혀 있고 왕래가 빈번하기 때문에 조만간 전 유럽에서 빈대가 창궐하지 않을지 심히 우려가 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서양 사람들이 우리나라나 일본과 같은 국가에 비해 전반적으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요즘은 많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집안에서도 실외화를 신고 활동을 하며 반려동물들과 뒹굴며 노는 것은 물론, 함께 잠을 자는 경우도 많아 이들로부터도 이, 벼룩등이 전염되기도 합니다.


또 서양 사람들은 비가 웬만큼 와도 우산을 잘 쓰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외출 전 집 밖을 내다보니 사람들이 우산을 쓰지 않고 돌아다녀 비가 안 오는 줄 알고 나갔다가 급하게 우산을 챙기러 집에 다시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비를 자주 맞고 젖은 옷을 제대로 건조하지 않으면 위생이 취약해집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저희 아이가 어릴 때 저희 집에 놀러와 자고 간 서양 친구들 중 상당수가 자기 전 이빨을 닦지 않았던 것 같은데 최근 유럽의 빈대 이슈는 이렇게 다소 루즈한 유럽의 개인위생도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몇 년 전 벨기에 브뤼셀에 하루 묵은 적이 있었습니다. Mozart라는 3 star 호텔에 묵었는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청결한 인상을 주지 못했고 방도 벽면에 곰팡이가 보이는 등 비록 하룻밤 숙박이지만 영 찝찝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약금까지 지불되어 어쩔수 없이 하루 숙박을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이 호텔 바로 앞에 나이트클럽까지 있더군요. 밤새도록 시끄러워 클럽이 끝나는 시각인 새벽 4시 무렵에야 겨우 잠을 잘수 있었는데 쪽잠을 자고 일어나니 몸이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모기에 물렸나 싶었는데 물린 부위가 너무 넓고 물린 부위에 발진이 광범위하게 생기더니 미친 듯이 가렵기 시작했습니다. 다음날에는 발진 부위가 상반신의 1/3 정도 퍼져 급히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보시더니 어시스트들을 불러 관찰하게 하더군요. 아마 제가 상당히 심한 케이스였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하며 원상복귀로 돌아오는데 약 1개월 걸렸는데 처음 열흘 정도는 너무 가려와 밤잠을 설칠 정도였습니다. 당시 집사람은 혹시라도 저를 물은 벌레 (빈대라 추측)가 집안에 유입됐을까 봐 제 가방 및 옷가지 중 일부는 버리고 집 전체를 소독하고 아이는 며칠 친구집에서 자게 하는 등 안팎으로 번잡을 떨었습니다.  저는 웬만하면 호텔 수기를 작성하지 않지만 그 당시 호텔 수기에 위생이 형편없고 시끄럽다는 악평 (악평이 아니고 솔직한 평)을 남겨 다음 사람들이 저와 같은 최악의 경험을 하지 않기를 기원했습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도 Mozart라는 호텔명을 숨기지 않았는데 모쪼록 그때가 저와 빈대의 마지막 인연이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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