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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로라 Dec 20. 2023

비즈니스에 존재하는 인종차별

저는 주로 산업 소재를 유럽에 판매해 왔습니다. 범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Commodity, 특수 목적으로 사용되는 제품은 Specialty로 구분되는데 Commodity는 가격 및 기본 조건이 맞으면 계약을 할 수 있지만 Specialty는 제품에 대한 설명 및 효능을 고객들에게 설명하고 왜 이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설득시켜야 하는, 기술 제안 영업이 필요합니다. 


기본적으로 거래처들을 방문하여 거래처의 품질/기술 담당들에게 제안 영업을 하고 관련 전시회에서 기술 세미나를 개최하여 고객 및 잠재 고객들에게 제품 설명을 하기도 합니다. 기술 세미나의 경우 연사의 자질이 매우 중요한데 기본적으로 언어 구사 능력이 우수해야 하며 기술 지식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능력 이외에 + 알파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이는 "인종"입니다.  


한국 사람인 저로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같은 자질의 연사라도 동양인과 서양인이 진행할 경우 다소 반응이 다릅니다. 비록 같은 언어 능력 및 지식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비슷한 (서양) 문화에서 나오는 유머 포인트라던지 동양인에 비해 여유로운 진행에 보다 신뢰감을 느끼는 것 같으며 자신들이 역사적으로 동양보다 우월하다는 우월감도 내면에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 회사의 경우 본사에 자체 기술 인력이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전시회 세미나 연사는 외부에서 서양인 컨설턴트를 고용하여 세미나를 진행하곤 합니다. 


과거에 프랑스의 유명한 유제품 회사인 다농 (Danone)에 저희 제품을 공급하려고 노력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본사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S 인재급 한국인 직원과 방문하여 열심히 제품 소개를 했는데 반응은 영 신통치 않았습니다. 고심 끝에 유럽의 경쟁사에서 오랜 기간 기술 자문으로 근무하신 영국분을 특별 채용하여 다시 방문했는데 일단 상호 소개 시 보는 눈부터 다르더군요. 결국 그 영국분의 도움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는데 그 영국분의 기술 설명 자체는 질적으로 전에 방문한 저희 회사 S급 직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분이 영국 백인이고, 유럽에 위치한 경쟁업체에서 장기간 근무했던 커리어가 차이를 만든 것 같습니다. 


저희로서는 유쾌하지 않지만 이는 엄연한 현실이고 이에 대해 인종차별이라고 불평만 하는 것보다는 우수한 서양인을 잘 이용하여 비즈니스를 성사시키는 것이 결국 승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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