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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초등학교 여선생님

by 오로라

제가 네덜란드에서 주재원으로 근무 시 제 딸에게 영어를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 네덜란드 소재 영국학교에 보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당시 주재원들 중 네덜란드 학교에 자녀를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저처럼 영어권 학교에 보냈습니다.


애가 어릴 때 방 안에서 장난감으로 사용하던 조그만 조립식 플라스틱집이 있었습니다. 장난감이기는 하지만 어린애 두세 명 정도는 들어갈 수 있어 그 안에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소꿉놀이도 하는 등 제 딸이 어릴 때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애가 점점 커가자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되어 이를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던 중 학교에 기증하고 싶다고 담임선생님에게 제안했는데 40대 중반의 담임 여선생님은 흔쾌히 제 제의를 수락하셨습니다.


플라스틱집을 분해하여 차에 싣고 약속된 어느 토요일 오전에 학교에 가지고 갔는데 선생님은 이미 출근하시어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이 장난감집을 유치원 놀이터에서 사용하게 하려고 선생님과 함께 분해된 장난감 집을 다시 조립하기 시작했는데 분해는 쉬웠어도 막상 조립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몇 년간 사용했던 물건이다 보니 약간 비틀린 부분도 있었는지 조립은 분해와 다르게 까다로웠고 선생님은 학교에 비치된 공구까지 가지고 오셔서 저와 낑낑되며 겨우 조립을 마쳤는데 예상했던 시간보다 몇 배는 더 걸린 것 같았습니다.


조립이 완료된 후 선생님이나 저나 땀범벅이 되었지만 선생님은 많은 어린 학생들이 장난감 집을 좋아할 것이라며 활짝 웃으시면서 저에게 악수를 청하셨습니다. 이 장난감을 받기 위해 휴일에 일부러 출근하시고, 저와 함께 진땀을 흘리시며 힘들게 조립하신 중년의 여선생님에게서 진정한 스승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마 지금은 은퇴하셨겠지만 그날 그분의 땀을 흠뻑 머금은 미소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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