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에서 가장 수치스러웠던 그 날(손을 묶인 채 100대를 맞았다)
맞을 때 내가 자꾸 손으로 막으니까
뼈 다친다고ㅎㅎ 내 손을 내복으로 묶어 피아노 의자에 엎드리게 한 후, 두툼한 부분인 엉덩이를 100대 내리쳤던 엄마.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 같다.
그 방의 구조, 가구들의 배치, 엄마의 표정, 어렸던 나의 모습까지도 어제일처럼 생생한데, 정작 내가 왜 100대나 맞았는지 그 이유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경에 사도 바울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그가 얼마나 죽을 고생을 했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에서 이런 대목이 있다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이나 맞았으며..
형벌을 내릴 때도
한번에 39대까지만 때렸다는 말이다.
그 이상으로는 차마 때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나는 한번에 100대를 진짜 다 채워서 맞았다. 나는 그때 고작 9살이었다.
맞은 부위가 너무 부어올라서 누워서 자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옆으로 자는 것도 힘들었다.
체감 상 거의 엉덩이를 삥 둘러 한 270도 정도가 부어올랐던 것 같다. 엎드려서 자는 게 그나마 제일 나았다.
엉덩이는 하루하루가 다르게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개색으로 멍들어갔다.
백대를 맞았다는 것 자체보다 나를 수치스럽게 하는 기억은..
나는 사실 의연하게 맞고 싶었다.
울지 않고, 비굴해보이지 않고, 불쌍해보이지 않게..
입을 꾹 다물고, 절대 울지 않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맞고 싶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했다.
그러나 이미 수십대를 맞고 그 사이에 엉덩이는 부풀어올랐고, 이젠 스치기만 해도 아플 정도가 되었을 때, 다시 내리치는 플라스틱 빗자루가 나에게 닿는 순간
나는 발작적으로,
정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엄마에게 두손을 모아 빌면서 잘못했다고 울부짖었다.
그게 너무..
그게 너무 싫었다. 지금까지도 그 순간을 떠올리면 죽을 만큼 수치스럽고 괴롭다.
안 그러고 싶었는데.. 정말 아무렇지 않은 척 끝까지 버티고 싶었는데..
그게 억울해서 지금도 눈물이 난다.
다음 이야기.
엄마의 일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