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로컬로 이주했습니다
점수표까지 만들어가며 이사할 집을 고민하길 일주일, 마당 딸린 시골집과 혼자 살기는 아주 적당해 보이는 읍내 주택이 동점이었지만 사실 마음은 시골집으로 점점 기울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정수입도 없는 상황에서 월세 30만 원은 꽤나 큰 부담이었고, 써본 적은 없지만 난방비가 많이 든다는 기름보일러라는 점이 내 머리를 계속 차갑게 했다.
고민하는 동안 시간이 느리게 가주면 좋으련만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설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하면 인연이 아닌 집이었다 생각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다녔고, 마스터도 그런 시골집 보러 오는 사람은 많아도 계약하는 사람은 없다고, 겨울 지나고 천천히 계약해도 된다고 하셨지만 설연휴 전에는 결판을 짓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말은 그렇게 해도 다른 사람이 채갈까 봐 불안했었던 것 같다.
결국 나의 선택은 시골집 집주인과 협상을 해 월세를 깎는 것이었다. 월세를 조금이라도 깎을 수 있다면 점수도 시골집이 1등을 하는 상황이니 머리와 가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택이라 생각했다. 만약 안 깎아준다 하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어떻게 얘기를 꺼낼지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백만 번 정도 돌려봤다. 집을 이쁘게 꾸미고 알아서 보수할 테니 월세 20만 원에 안 되겠냐고, 보증금은 좀 더 올려도 된다라고 말하는 게 가장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계산이 섰다.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집주인이 전화를 받자 머릿속이 새하애 졌다.
"고민을 해봤는데... 월세 30만 원은 좀 부담이라... 월세 조정이 좀 되면... 이사는 2월 1일에 들어가는 걸로 해서... 제가 이쁘게 잘 꾸미고..."
시뮬레이션 돌려본 것이 무색하게 그냥 생각나는 데로 말을 꺼냈다.
"5만 원 정도 낮춰서 25만 원이면 될까요?"
어라 이렇게 쉽게 깎아주신다고?
"아유 5만 원이라도 깎아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목표는 10만 원을 깎아달라 하는 것이었지만 얼른 이 협상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 오케이를 했다. 어쨌든 월세를 깎았으니 잘 된 일인가?
설연휴를 보내고 집주인과 만나 계약서를 썼다. 통화했던 대로 입주는 2월 1일에 하는 것으로, 보증금 200에 25만 원, 대신 도배는 내가 알아서 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됐다.
도배를 내가 알아서 하는 조건으로 월세를 낮추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원래도 내가 알아서 해볼 작정이었기에 흔쾌히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중개인을 끼지 않고 직거래로 집을 계약한 것은 처음이었다. 나도 처음이었지만 집주인 분도 처음이라 서로 이건 이렇게 쓰면 될까요? 저건 저렇게 쓰면 될까요 얘기해 가며 계약서를 완성시켜 나가는데 이렇게 또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구나 싶었다.
대망의 2월 1일. 어머니와 본가에서 차 두대로 짐을 옮기고 대청소를 시작했다. 오래된 집이기도 하지만 몇 달간 비어있었던 탓인지 닦아도 닦아도 묵은 때가 나왔다. 결국 때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닦는 것은 포기하고 안방만 깨끗이 닦고 다른 공간에서는 슬리퍼를 신기로 타협했다.
방이 너무 추워 입김이 나올 정도였지만 이 공간을 어떻게 꾸며나갈까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하게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