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틀리지 않았어 (15)

20대 청년의 로컬 이주 도전기 - 셀프 인테리어 해보겠습니다

by 성현

로컬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쭉 해오면서 내린 결론은 일상 속에서 맞닥뜨리는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고,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만능 재주꾼이 되자였다. 그런 점에서 고칠 것이 많은 시골집은 나에게 안성맞춤인 공간이었다.

마스터를 따라다니며 용접부터 전기 작업까지 해보고 꽤나 많은 경험을 했지만 대부분 외부 작업이었기에 집 내부를 직접 손보는 것은 전혀 새로운, 미지의 세계였다. 하지만 퇴사하고 9개월 동안 급격히 커진 내 안의 긍정맨이 까짓것 못할게 뭐냐고 얘기했다. 그래 일단 부딪혀 보자는 생각으로 결국 도배부터 집 안을 채울 가구들까지 직접 나무를 사다가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사 후 첫 일주일은 당장 사용해야 하는 공간들 위주로 청소를 하고, 사용하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손을 봤다. 화장실은 수건장을 깨끗이 닦고, 샤워기 호스를 바꾸고, 인터넷을 설치하고, 거의 매일 같이 다이소에 들러 필요한 것들을 쇼핑했다. 그러는 와중에 등받이가 있는 의자와 책상도 하나 만들었다.

20250208_175813.jpg 직접 만든 책상과 의자


미송과 멀바우 집성목을 사 와 내 다리 길이를 재고, 앉았을 때 책상 높이가 어느 정도면 편할지 줄자를 가지고 씨름하면서 도면을 그렸다. 비록 그림 실력은 초등학교 4학년 때에 멈춰있지만 꽤나 입체적으로 세세하게 잘 그렸던 것 같다.

의자를 만들 때 목재를 어떻게 결합해야 힘을 받을지 나름 고심하면서 설계했는데 아쉽게도 등을 기댈 때 부서질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태어난 지 3일 만에 옆동네 목수님 공방에서 대 수술을 받고 다시 태어났다. 그래도 목수님은 이렇게 이렇게 붙여야 된다며 조언만 해주시고 재단과 결합은 내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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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서 의자를 분해하고 계신 마스터와 재탄생한 의자


지금도 직접 만든 책상과 의자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데 기성품과 달리 애정이 가고 괜히 더 이뻐 보인다. 이래서 이케아가 인기가 많은 건가 싶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