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이 남았다면

by 벽허

앞으로의 생이 1년이 남았다면 에세이를 쓰고 싶다.

앞으로의 생이 3년이 남았다면 소설을 쓰고 싶다.

앞으로의 생이 10년이 남았다면 시를 쓰고 싶다.

앞으로의 생이 10분이 남았다면 지금의 단상을 쓰고 싶다.


살면서 보아온 모든 것들에 사랑의 눈길을 주지는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쓰입니다. 세상 모든 걸 사랑의 눈으로 보는 것이 오히려 머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차분히 의자에 앉아 계속 울렁울렁 들썩들썩 거리는 명치 위에서 나풀나풀 거리는 마음을 명치 아래로 가라앉혀 봅니다. 창밖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 소리마저 귀속으로 가득 찰 정도로 시공간의 경계가 사라지는 순간. 나는 모든 것이고 모든 것은 나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모든 걸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나의 눈으로 타인을 보듯 타인의 눈으로 나를 봅니다. 사랑스러운 존재들로 채워진 세계가 보입니다. 증오와 질투, 회환과 분노, 위선과 위악이란 모든 피상적 껍데기들이 벗겨지고 그저 사랑만 남습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온전히.

작가의 이전글1년과 만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