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과 만년

왜 하필 백 년인가

by 벽허

1년 후에 생이 마감된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1년 밖에 남겨지지 않은 삶을 잠시 동안 한탄하다가('왜 하필 나에게 이런 일이'라는 식으로)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정서적 회복을 한 후 남은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과 행복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남은 생이 얼마 없으므로 허투루 쓸 시간 따위는 없다.

짧은 시간과 반대로 만년의 시간이 남았다면 어떨까? 잠시 동안, 혹은 오랜 시간 광활한 시간의 잉여로움에 나태와 회의를 느끼다가 결국 정서적 회복을 한 후 남은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고,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과 행복에 충실한 삶을 살도록 노력할 것이다. 현실적 여유가 없어서, 마음의 준비가 없어서 시작조차 못한 꿈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하고 한 걸음 한 걸음 원하는 일을 향해 천천히 나아갈 것이다. 적어도 시간의 여유는 충분함으로 타인의 기준으로 살아갈 시간 따위는 없다.

그런데 왜 하필 우리 인간은 백 년을 살아서 1년이나 만년을 사는 것처럼 살지 않는가? 1년이라는 시간의 제약이 주는 삶의 유한함에 대한 실감이 덜 느껴지는 권태로운 시간인가. 만년이라는 시간의 관대함이 주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주체적 삶의 실현에 대한 의지가 덜 느껴지는 조급한 시간인가.

1년이란 시간의 저주에서 인간은 삶의 의미에 집중할 것이고 만년이란 시간의 선물에 인간은 삶의 의지를 불태울 것이다. 백 년이란 어중간한 시간의 저주와 어중간한 시간의 선물은 삶을 들여다보는 눈을 선명도를 낮춘다.

우리 인간은 왜 1년도 아니고 만년도 아니고, 하필 백 년을 사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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