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게, 그리고 앞에

by 벽허

자신보다 가진 것이 많은 이들을 올려다보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막연한 부러움을 느끼거나 혹은 그들과 같아지고 싶은 갈망의 마음으로. 부러움의 마음은 위만 쳐다보다 정작 자기 코앞의 돌부리는 보지 못해 걸려 넘어지곤 한다. 갈망하는 사람들은 올려다보는 시선을 내려 정면을 바라본다. 자신의 눈앞에 놓인 현실을 바라보며 해 나가야 할 것들을 해 나간다.

반면 자신보다 가진 것이 적은 이들을 내려다보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보다 나은 위치에 있다는 안도감을 위한 것이거나 연민의 마음으로. 안도감은 땅만 보고 걷게 한다. 내 앞의 가능성은 보지 못한다. 연민의 마음은 자세를 낮추어 같은 눈높이로 그들을 바라본다. 낮은 곳에서 본 눈앞의 세상은 서 있을 때보다 더 다채롭고 관용적이다.

내가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은 나에게 채워진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것과 같다. 그들이 부족하기에 내 삶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 줄 수 있기에 내 삶에 감사함을 느낀다. 가난한 사람의 불행은 부족함이 아니라 줄 수 없기에 비롯된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어떤 작은 것이라도 줄 수 있는 사람은 가난할지언정 불행한 사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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