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은 테스트가 아니다

채용 실패를 직원 탓으로 돌리는 회사

by 새벽

어느 회사나 수습기간이 있다.

수습기간의 정의는 "회사가 신규 채용된 직원을 정식 직원으로 고용하기 전에 일정 기간 동안 업무 능력을 평가하고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기간"을 의미한다.


그런데 어떤 기업은 이런 말을 자랑스럽게 한다.

"우리 회사는 수습탈락율이 높습니다."


마치 본인들이 소위 말하는 bar가 높은 조직이고 적당히 할 마음이면 오지 말라는 인식을 심어 주려는 듯 하다. 그런 회사를 보면 나는 되묻고 싶다.

"면접은 뭐 할라고 보셨어요?"


수습기간은 조직이 고용한 사람을 알아가는 시간인 동시에, 신규입사자가 조직을 익히고 역할을 내재화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일방적으로 신규입사자가 조직에 맞춰야 하는 것이 아닌 양방향 적응의 시간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수습이 곧 일방적 평가장치, 혹은 언제든 버릴 수 있는 기간처럼 오용되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수습 종료를 할 때,

- 열정이 부족해요

- 일은 잘 하시는데, 우리랑 fit이 안맞네요

- 워라밸을 중요시 하셔서 저희 회사와는 맞지 않습니다.


이런 피드백을 준다.


수습종료를 근로자가 받아 들이려면


우리가 어떤 수준을 요구 했는데, 당신은 이 정도 밖에 못했고

우리는 이에 대해서 수 차례 피드백을 제공 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의 능력에 대한 평가가 이것이다.


라고 되었을 때 근로자는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지만 대부분의 수습종료는 서프라이즈가 되는 경우가 많다.

잘하고 있어요 잘하고 있어요 하다가 갑자기 저희랑 안맞네요...


잡플래닛에서 본 어떤 IT 기업은 HR 매니저가 면접 과정에서 본인 회사는 수습통과율이 매우 낮다고 언급하며 이것을 채용 브랜딩처럼 내세웠다.


이걸 잡플래닛에 올린 지원자는 스스로 지원을 철회했을 것이라고 본다.


또 다른 기업은 우리는 채용으로 70%, 수습으로 30%를 평가한다는 것을 수습인 직원에게 말 한다고 한다. 최종 피드백은 우리와 맞지 않아서 함께 할 수 없습니다의 통보이고, 놀랍게도 수습종료일은 해고예고수당을 피할 수 있는 하루 전으로 설정된 곳이다. 이런 구조는 수습이 아니라 함정이고, 채용실패라기 보다는 신뢰 실패라고 본다.


어떠한 곳에 신규로 입사를 했다는 것은 본인이 다니던 다른 회사를 포기하고, 이곳에서의 더 큰 도약을 위해서 이직을 했을 것이다.


서류전형 -> 직무 면접 -> 컬쳐 면접 -> CEO 면접 -> 평판조회의 과정을 거쳐서 많은 사람들이 입사를 하는데, 수습통과율이 낮다는 것은 이 과정에서 기업은 무엇을 했다는 것일까..


진정한 HR은 수습기간을 버릴 시간을 벌기 위한 장치가 아닌, 함께 갈 동료로 만들기 위한 설계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조직도 피드백 역량이 있어야 하며, 기준 없이 감으로 평가하는 리더는 평가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수습탈락은 해고와 동일하기 때문에 직원이 사직서를 쓸 이유도 없다.


"그러면 해고 서면 통보 하세요. 대응 하겠습니다."

이 말이 근로자에게서 나오는 순간 수습은 신뢰의 절벽이 된다.


수습은 보호 구간이어야 한다

물론 과대 포장, 심각한 윤리 위반 등은 다른 문제다.


그러나 대부분의 수습 탈락은 기준 없는 피드백, 정책 없는 관찰, 관심 없는 온보딩에서 비롯된다.

수습은 ‘판단’이 아니라 ‘조율’이어야 한다.
‘시험’이 아니라 ‘정착’이어야 한다.
조직도 신입을 돕기 위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수습 탈락을 자랑하는 기업은 사실상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우린 채용에 서툴고, 그 책임을 신입에게 전가합니다.”


성숙한 조직은 수습 통과율이 아닌, 신입의 적응률과 조직의 조율력으로 스스로를 평가한다.


수습은 실수할 수 있는 공간이고, 조직이 함께 완성해가는 시간이다.

탈락의 시간에서, 적응의 시간으로.


심판의 기한이 아닌, 동료가 되는 여정으로.

우리의 HR은 이제, ‘선발’보다 ‘정착’에 더 많은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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