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분석관이 되면
덕업일치, 이 단어를 아는 지인 누나 한테 처음 으로 들었다. 회계사를 하고 있는 누나 였는데 일하는 거에 대해서 서로 한풀이를 하다가 너는 덕업일치 여서 좋겠다 라고 말했던 게 기억이 난다.
아마 내 취미인 축구가 내 직업이 되면서 그렇게 말했던 거 같다.
하지만 덕업일치가 되는 과정은 그리 쉽지 않다. 분석관으로서 취직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축구에 대한 지식이 충분 해야 하는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렇기 위해서는 축구경기 자체를 많이 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만 했다. 나는 분석관이 되고 싶다는 열정을 가진 순간 부터 하루에 무조건 축구 두경기 씩은 봤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경기 보고 점심에 축구 전술책 보면서 현실에서의 축구와 비교 해보고 그리고 저녁에 축구경기 하나 더 보고 잠들기를 2년 3년 동안 했다.
자연스럽게 축구 경기를 영상으로 보고 해석 하고 데이터를 추출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치만 내 시력을 제물로 바쳐야만 했다. 나는 내 친구들 사이에서도 시력 좋은걸로 유명 했다. 양쪽 눈 모두 2.0 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일을 시작 하고 나서 부터는 0.5 로 떨어 졌다. 저번 시즌 높은 곳에가서 영상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선수 등번호가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 하면서 부터 시력이 많이 떨어졌구나 하고 생각 했다.
덕업일치가 되는 것이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축구를 대부분의 남자들이 좋아한다는 점에 있다. 축구팀에서 분석관의 TO는 그리 많지 않다. 우리가 흔히 아는 프리미어 리그 구단의 경우에도 최대 4명 에서 5명 정도의 분석관이 있는데 그 밑에 하부리그로 내려가면 통상 1명 그리고 나머지는 인턴으로 채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많은 분석관들이 페이를 받지 않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팀 같은 경우에도 분석관은 나 하나 밖에 없으므로 그 경쟁력은 상상하기 힘들것이다. 나도 구단에 들어오기 전에 3구단 (올드햄, 포트베일, 맨유)에서 인턴쉽을 걸쳐서 들어오게 되었다. 더군다나 나는 외국인으로써 언어의 장벽그리고 비자 문제 까지 있으니 뭔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점이 없다면 힘들다는 생각했다.
분석관이 되기 위해서는 축구를 많이 봐야만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오락적인 요소로 축구를 본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치맥 먹으면서 퇴근길에 축구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해소 하곤 한다. 이렇듯 축구가 글로벌 스포츠인 만큼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밤새워서 축구를 보고 축구 얘기를 많이 하는 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관찰 할수 있는 일이다. 나도 축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축구 에서 종사 하고 싶어서 축구를 봤다. 내딴 에는 공부를 하기 위해서 보는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도서관에서 축구나 보고 있는 나를 보면 왜 도서관에서 놀고 있는지 라고 생각했을것이다. 그리고 내가 돈을 받지 않고 축구를 보는한에는 사실 노는것이 맞다. 이러한 팩트는 내가 그 무수한 시간들을 축구를 보면서 연구하고 생각하는 것이 내 미래에 맞는 것인가하는 의심을 불러 일으키곤 했다. 만약에 내가 일을 구하지 못하고 돌아가게 된다면 사실 시간 낭비 한것이나다름 없는 것이었다.
사람의 마음은 사실 한끗 차이 인데 내가 취업을 준비 할때는 저런 마음 이었으나 돈을 받고 내 스스로 프로페셔널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진 순간 부터는 내가 무수히 쓰는 시간들이 내 미래에 도움이 되고 그리고 나중에 더 큰 사람이 될수 있다는 확신으로 바뀐 순간 그 의심들이 자신감으로 바뀌기도 했다.
이런 나름의 시련을 걸쳐서 덕업일치가 되고 나서부터는 나쁘지 않다. 나는 아침잠이 굉장히 많은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7시까지 출근 이어서 6시에 일어나야 하지만 지금 까지 단 한번도 일가기 싫다거나 혹은 일어나기 싫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뭔가 새로운 경험들 새로운 환경 그리고 축구에 대해서 토론 하고 일을 하는 과정이 그저 재밌고 신난다.
그리고 우리팀에서 분석관으로 일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이유는 다른 구단과 다르게 나에게 시나리오를 짜오라고 시킨다. 그저 분석만 하고 발표하는 게 아니라 분석을 하고 그 분석을 토대로 우리가 어떤 식으로 게임을 풀어가야 되는지에대해서 파일로 만들어서 보낸다. 그 파일을 보고 코치들이 훈련에서 적용하고 경기에서 나오는 순간 나는 높은 곳에서 경기를 보고 있기 때문에 굉장한 희열이 느껴진다.
아마 누군가 분석관으로서 일을하게 된다면 정말 축구 하나는 매일 보는 삶이 될수 있다. 상대경기, 우리팀경기, 다른 표본이 될수있는 경기, 월드컵 경기 (트렌트 파악), 또 퇴근 하고 나서 손흥민 이나 다른 선수 경기 있으면 시청 하고 나면 정말 쉴틈없이 축구만 보다가 하루가 마무리 될것이다.
무슨일을 하든 다 힘들고 괴로운점이 많지만 내가 꿈꾸던 일이고 어렸을 때 부터 상상 하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순간 그게 힘든점을 싹 씻겨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뭐 주저리주저리 적었는데 이 글을 보는 많은 사람들도 덕업일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적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