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남편과 게임, 그리고 나

by 여름온기

타닥탁 타타탁 탁탁탁 타타타타타타타타타

딸깍딸깍, 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딸깍—.


무엇인가 연타하는 이 소리는,

우리 남편이 집에 와서 컴퓨터 하는 소리이다.


"여보, 다다음주에 내가 하고 싶은 게임 오픈 하는데, 해도 돼?"

"응! 해도 되지."


마음속으로는 술도 담배도 안 하는 집돌이 남편이 그가 좋아하는 게임으로라도 스트레스를 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며칠이 안되어 나는 그렇게 한 입으로 두말하는 아내가 되었다.

5일 동안 헤드폰 끼고 연속으로 게임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생리 전증후군이 겹치면서 히스테리를 부리는 사람이 되고야 말았다.


"아니, 나는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안 하고 사는데,

회사 다녀와서 헤드폰 끼고 그렇게 게임하면,

난 말할 사람도 없고 너무 외롭고 심심하잖아!"


내 마음도 모르고 저렇게 집에 오자마자 게임하는 남편이 얄미웠다.

생각이 많아지면서 남편에게 오는 전화도 안 받고, 메시지도 안 읽었더니

남편도 화가 나서 왜 그러냐고, 도대체 무슨 일이냐며 다그쳤다.


"나는, 좋은 아내가 아닌 것 같아. 게임을 하라고 했다가 하지 말라고 했다가...

남자한테 홀려가지고, 내가 어쩌다가 멕시코까지 왔는지도 모르겠고."


남편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그러니까 누가 홀리랬냐?

여보, 남편이 게임한다고 옆에 앉아서 같이 컴퓨터 해주고, 간식 갖다주고, 음식 해주고, 그런 아내가 어디 있어? 그리고 남편이 게임한다고 그 정도 투정은 할 수 있는 거지..."


멋있는 역할은 혼자 다하는 것 같다.


히스테리 부리면 게임 안 할 줄 알았더니,

퇴근 후에 저녁 먹고 자연스럽게 노트북 스위치를 켠다.

마음속으로 '흥칫뿡'이 새어 나왔다.

주말이 되니 헤드폰은 벗고 게임했다. 같이 이야기도 하면서, 그렇게 주말을 보냈다.


아내가 투덜댔다고 맞춰준다고 헤드셋도 벗고,

이야기도 같이해주고, 간식해 주면 와구와구 먹어주고

그러다 또 게임에 빠져들어 진지하게 하는 뒷모습을 보니까...

조금 귀여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