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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결혼 생활일까

by 여름온기


예상은 했다. 난 아마 멕시코 가면 할 일이 많지 않을 거라고.

직장이 있는 것도, 아이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


내 시간은 넘쳐날 테지만 자기 계발을 위한 좋은 기회일 거야. 각종 언어 도서와 문학책을 바리바리 싸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그래, 결혼하면 혼자 사는 게 아니니까 해외생활의 외로움은 줄어들겠지. 그리고 멕시코행을 결정했다. 남편은 우리가 멕시코 도착한 후 며칠 뒤 바로 출근했다.


아직 가구도 없는 텅 빈 집

커튼 사이로 새는 빛

아침에 혼자 일어나 해가 지는 것을 한참을 보며 조금씩 상황 파악을 했다.

“밥은 먹었어?”라고 물어주는 사람도 없고 하루 종일 말 한마디 할 기회가 없었다.


밤이 되어야 집에 오는 남편과 자기 전까지 짧은 몇 마디를 주고받았지만,

하루 종일 적막 속에 있었던 내 마음을 달래주진 않았다.

남편은 항상 한결같이 친절하고 다정하지만 그는 고된 업무로 피곤하다.

멕시코의 시간은 참으로 길었다.


이곳에서 나는 무엇으로 존재감을 느낄 수 있을까.


남편과 시간을 함께 보내며 가족이 주는 안정감을 느끼고 싶었다.

결혼 후 느끼는 안정감은 언제 느낄 수 있을까.

새로운 환경들과 낯선 관계들 속에서 감정과 마음은 몹시 불안했다.

한 달에 한 번은 주르르 눈물을 흘렀고 소화도 잘 되지 않았다. 그는 거창한 말로 위로하지 않았다.

대신 한결같은 눈빛, 같은 말로 내 곁을 지켰다.


"괜찮아, 잘하고 있어."

"아구 예뻐라."

"사랑해."

"고마워."


그리고 웅크리고 있던 나를 일어서게 해 준 그의 말,

"여보는 내 아내니까 항상 당당하게 살 자격 있어."


퍼즐 같게만 보이던 결혼 생활은 그의 우직함과 다정함 속에서 선명한 색감으로 채워지고 있다.

흐릿하게만 보이던 풍경이, 초점을 맞추자 또렷해지는 것처럼.


결혼 전 느꼈던 이 사람에 대한 확신이 기초석이 되어 우리는 그렇게 신뢰와 의지로 무장해가고 있다. 그 위에 차곡차곡 쌓인 행복의 벽돌들은 일 년, 이 년 뒤 어떤 집으로 완성될까.


아마 우리의 사랑을 닮아 둥글고 따스하겠지. 그 집에 기쁨의 나래와 사랑의 온기가 가득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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