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a, 안녕하세요, 주문하시겠어요?"
"네, 드래곤 드링크 그란데로 하나 주세요."
한 여름, 태양이 던진 열기는 아스팔트 위로 내리꽂아 숨 쉬는 공기조차 뜨겁게 달구었다.
카페에서 주문을 끝내자마자 자리에 털썩 앉으며 후끈한 기운을 조금 털어냈다.
탁타닥 탁타닥 탁탁탁
초록색 앞치마를 두른 멕시칸 젊은 남자 직원은 짙은 갈색의 나무 주문 테이블 앞에 두 손을 놓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 리듬은 음악을 한껏 고조시켰다.
'박자 감각이 탁월하군.'
그는 클라이맥스에 한 번씩 흥얼거리며 춤을 췄다.
음료를 주문한 지 20분이 넘어간다. '일하면서 저렇게 해도 돼?' 하고 마음을 꼬아보기도 하고 엉덩이를 들썩들썩, 운동화 안에서는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진정해. 여긴 한국이랑 달라. 여기는 기다림도 하나의 문화야."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마음을 내려놓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직원들을 다시 바라보았다.
'여기는 일을 즐겁게 하는구나.'
그들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르게 여유가 있었고 입가에 미소가 번져 있었다.
현재를 즐기는 그 여유로움과 자유함은 조급했던 내 눈빛과 표정을 살며시 녹였다.
남의 시선과 눈치로 딱딱하고 질겼던 내 마음은 이내 톡- 하고 한 겹 녹아내렸다.
때마침 나온 보랏빛 음료는 마시기도 전부터 내 마음을 환하고 달콤하게 밝혔다.
밀려오는 시곗바늘에 떠밀려 허우적대던 한국에서의 모습.
가쁜 호흡을 내쉬며 따라가면서도 효율성을 채찍 삼아 매질했다.
때로는 키오스크에서 뒷사람을 눈총을 받기도 했다.
마트 계산대에서도 기다리는 손님을 생각해서 급하게 물건을 담기도 하며 눈치를 보았다.
시간에도 정답이 있는 것처럼 늦어지는 취업과 결혼 앞에서도 늘 조급했다.
멕시코의 시간은 나를 관대하게 품어주었다.
횡단보도를 천천히 건너도, 실수해도,
너를 위해 내가 더 기다려줘도, 느긋해도 모두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웃으면서 즐길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음료를 한 모금 마시며 그제야 구겨진 미간을 풀고 살며시 미소 지었다.
이곳에서 나 자신을 너그러이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마주한 것에 대한 기쁨이었다.
그날 보랏빛 음료는 더위만 식혀줄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시간은 여유로움 속에서 더 깊고 넉넉하게 흐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싱그러운 깨달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