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태극기 부대

by neveres

지금 출석하는 교회에 새 신자 과정을 마치고 등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심장이 덜컥하는 일이 생겼다. 우리 부부가 속해있는 공동체 단톡방에 갑자기 태극기 부대가 등장한 것이다. 주여~


나에게 태극기 부대란,


서울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어도 깨끗하고 고즈넉한 내 홈 타운, 청와대 건너편에 자리한 효자동을 주말마다 더럽히는 무리였고


은행에 근무하던 시절 은행 창구에 와서 태극기를 핸드폰 화면에도 깔고 뒷면에 스티커로 붙이고 옷이고 배낭에 도배를 하고서는 무슨 메시지를 확인하고 “ㅇㅇ누나(그 당시 대통령) 도와주러 가야 한다”라고 키들거리던 중 늙은 아저씨의 이미지였다.


주말에 친정에 다니러 갈 때마다 시위를 마친 그들이 술 한 잔씩 걸치고 게걸거리는 모습에 동네가 망가지는 기분이었다. 도통 그럴 동네가 아닌데 말이다. 스쳐 지나면서 그들끼리 나누는 대화 하며..... 정치얘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이쯤 해두자.



이제 등록한 지 채 얼마 되지 않은 교회 단톡방에 태극기 부대라니 이 교회가 설마 ‘그런’ 교회였단 말인가. 아무개 장로라는 그분은 태극기 집회에 참여를 독려하며 위임 목사님도 자신들을 지지한다(사실무근이다. 우리 교회 목회자들은 정치적으로 어떠한 스탠스도 견지한 적이 없다.)고 은근히 자신들이 교회 전체를 대표한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청천벽력이었다.


내일 당장 이메일이라도 보내서 목사님 입장을 확인해야 하나? 별생각이 다 들었다. 이제 간신히 십 년 만에 결혼해서 처음으로 다닐만한 교회를 찾아서 등록까지 했는데 이게 웬 날벼락이람.


인터넷에 교회이름과 장로, 태극기부대를 치고 검색하자 ‘애국장로회’라는 이름으로 ‘하나님도 까불 수 없는 재개발 지역 알 박기 신공이 신박한’ 모 교회(단체?) 대표(목사라고 부르고 싶지.... 아니 부르지 않겠다.)를 지지하는 유튜브에도 자랑스레 출현을 하셨더란다.


아... 하나님 이게 무슨 일입니까? 교회를 옮겨야 하는 건가요?


그다음 날까지 한참을 심란해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는데 며칠 후에 단톡방에 태극기 부대 장로님이 뜬금없이 고운 꽃사진을 한 장 올리셨다.


그리고 다시는 단톡방에서 태극기 시위 참여를 독려하거나 관련 글을 올리지도 않으셨다.


정의감에 불타올라 코로나고 빨갱이고 다 태워버리실 것 같더니 갑자기 꽃이라니.....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아내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 장로님의 아내분이 권사님이셨는데 병실에서 까지 말씀 전하며 전도하시다가 돌아가셨단다. 때마침 배우자는 태극기 휘날리며 나라를 구하러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태극기 잡은 손을 놓아 성경을 펴고 병든 아내 손을 잡고 계셨어야 했을 텐데. 권사님이 떠나시면서 남편에게 태극기 대신 꽃을 심어주시고 가셨나 보다.


그 꽃은 내 우려와 걱정, 공포를 불식시켜주고 단톡방에 평화를 가져왔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장로님에 대한 주님의 사랑이 느껴진다. 전쟁을 멈추고 가만히 평화를 심어주신 손길이 그 자비하심이 보이는 것 같다.




밝혀두거니와, 나는 조간으로 조ㅇ일보, 석간으로 중ㅇ일보를 보던 집안 딸이고 공산당은 나도 싫다. 정치적인 스탠스를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을 도구 삼고 본인들의 정치적 신념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주님의 이름을 파는 자들에게도 우리 주님은 단번에 벼락을 내리시지 않는다.



그러나 언제고 다만 악에서 그들을 구하시기를 기도한다.


우리가 믿고 따라야 할 진리의 말씀은 예배 가운데 말씀 가운데 있다. 아스팔트 위에서 구하는 것이 주님의 뜻인지, 본인들이 아합과 이세벨의 선지자가 되어 제사를 지내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 일이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교회와 장로, 태극기 부대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을 하니 우리 교회 교인이 모 정치인을 CIA에 고발하라는 유튜브가 뜬다.


FBI가 웃고 갈 일이다.


CIA가 무슨 간첩신고 전화라도 되는 줄 아는 모양이다.


요즘은 극우 시위대가 태극기에 성조기에 하다 하다 이스라엘 국기까지 꽂고들 다니던데 트럼프는 이민자를 싫어하고 유대인들은 이민족을 싫어한다.



작작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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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 정치 이야기가 아니길 바랬으나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읽힐 것을 압니다.


불쾌한 이들이 있을 것을 알지만 믿음이 일천한 저도 “하나님 까불지 마”라는 이야기에 환호하는 자들이 주님과 교회를 입에 올리는 것이 심히 불쾌합니다.

십 몇억 보상금을 몇 백억으로 불려보려다가 그 마저도 물 건너간 ‘사랑이 제일 없는 교회 아닌 단체’에 동조하는 분들에게 악플을 받는다 해도


점쟁이, 관상쟁이, 통일교에 신천지까지 등에 업고 한 판 제대로 칼춤을 춘 아합과 이세벨을 향해 ‘어게인’을 외치는 수많은 교회 ‘다니는’ 분들이 저를 빨갱이라고 한다 해도


아무리 세상이 다 악하고 인간은 원래 다 죄인이지만


구약성경 십계명에 나와 있습니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지 말라 여호와는 그의 이름을 망령되게 부르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출 20: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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