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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버트 Jan 27. 2021

네가 뭐라고 날 평가해?!(AI직무역량평가 편)

길버트 잡(JOB) 생각, 여섯 번째

 학창 시절 때 가장 인기 있었던 영화 장르는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였다. 그중에서도 나는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등의 인간과 기계의 대결을 주로 다룬 영화를 좋아했고 또 많이 봤다. 그러다 보니 막연하게 기계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 두려움 등의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게 되었고 그건 기계와 함께하는 미래도 나에게는 썩 밝게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성인이 되고 기계, 좀 더 정확히는 전자제품에서 효용을 많이 얻다 보니 부정적인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러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제4차 산업혁명시대로 발전하면서 하드웨어 중심의 기계에서 벗어나, 소프트웨어 중심의 각종 IT기술 특히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가 나오면서 다시 예전 시각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느낀다. 어쩌면 예전보다 더 무섭고 위기감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 채용 시장의 몇몇 이슈 중,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AI 평가'다. 이제는 'AI가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무섭지 않은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희망 직무/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그동안의 나의 노력, (과장 조금 보태어)내 인생을 평가하다니!! 기본적으로 기분이 나쁘다. 게임을 할 때도 유저(사람)에게 지는 것보다 컴퓨터 AI에게 지는 것이 더 기분 나쁘다.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1:4로 졌을 때 전 세계인이 충격에 빠졌고 또 기분이 나쁜 것을 넘어 위기감을 느낀 사람이 한 둘이 아니였을 것이다. 그리고 기분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는 아직 AI를 믿을 수 없다. 특히나 기업에서 오랫동안 채용/인사 업무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나처럼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분들이 여럿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사람이 직접 평가해야지, 어떻게 AI를 믿고 사람을 뽑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시대의 큰 흐름/물결을 막을 수는 없다. 과거 영국의 산업화 과정에서 등장한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은 산업혁명으로 노동자의 임금이 하락하고 고용이 감소하자 기계가 사람의 일을 빼앗는다고 생각한 일부 노동자들이 '기계를 파괴한 운동'이다. 그럼 그 결과는 어떠한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는 알고 있다. 채용 절차에서 AI평가의 등장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럼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명확하다. AI평가를 철저히 분석해서 AI로 대체 가능한 부분은 대체하고 그렇지 못한 부분은 사람의 평가 영역에서 고도화해야 한다.


오늘따라 인트로가 길었다. 나도 모르게 다소 흥분했던 것 같다. 그럼 다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오늘은 AI평가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겠다. 방식은 직접 경험한 'AI평가' 시스템 후기다. 아, 그리고 AI평가는 비슷한 말이 여럿 있다. 어떤 단어가 정확한 개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직접 해보니 'AI직무역량평가'가 가장 잘 맞는 단어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 AI직무역량평가로 통일해서 사용하겠다.

잡코리아 AI면접 모의고사(이미지 출처: 잡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먼저, 사용한 평가 시스템은 취업포털 서비스 '잡코리아(JOBKOREA)'에서 개발한 'AI면접 모의고사' 다. 기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AI직무역량평가 시스템은 마이다스아이티의 'AI역량검사'다. 하지만 이 평가시스템을 내가 직접 구입해서 사용할 수가 없는 관계로(기업인사담당자만 구매 또는 체험 가능)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잡코리아 시스템을 이용하게 되었다. 


평가 항목 구성은 다음과 같다.

[기본면접 -> 성향분석 -> 상황대처 -> 보상선호 -> AI게임 -> 심층면접]

소요시간은 40분 정도다. 생각보다 꽤 길게 진행되었다. 

각각 항목의 내용을 간단히 알아보면,

1. 기본면접: 자기소개, 성격의 장단점, 지원 분야 관련 직무 강점 등 3가지 기본 질문 / 생각 시간 30초+답변 시간 90초

2. 성향분석: 개인 성향을 선택하는 5지선다형 문제 / 110문항+10분(권장 시간)

3. 상황대처: 회사 생활에서 발생 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 의견 질문 1가지(예/업무 이후 시간 회식에서 동료를 험담하는 팀장,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크게 키우는 동료 직원 등) / 생각시간 20초+답변시간 60초

4. 보상선호: 각각의 조건에 따른 성과 인센티브 수령 선택(예/490만원 지금 즉시 수령 or 600만원 38일 후 수령) / 여러 조건+3분

5. AI게임: 7개 게임(기본 2개+선택 5개)(예/감정 맞추기, 공 옮기기, 날씨 맞히기, 블록쌓기 등)

6. 심층면접: 보다 복잡하고 자신의 경험사례를 바탕으로 답변하는 질문 1가지(예/다른 사람과 의견 대립이 있었을 때, 논리적으로 설득했던 경험은?) / 생각시간 20초+답변 시간 60초


AI직무역량평가 진행 모습(이미지 출처: 잡코리아 AI면접 모의고사 진행화면 캡처) 


이렇게 각 항목 별 검사를 마치면 최종 결과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다. 

내 경우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 총 두 번의 검사를 진행했다. 열심 ver. & 대충 ver으로 말이다. 열심 ver. 의 경우는 각각 항목 별로 미리 알고 있던 평가 기준에 부합하도록 최대한 노력을 했고, 대충 ver. 은 말 그대로 '그까짓 거 대충~~~' 했다. 말도 더듬고 표정은 찡그리고 핵심에서 벗어난 대답을 했으며 가끔씩 캠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이렇게 진행한 이유는 참여자의 노력 여하에 따라 시스템이 얼마나 반응해서 평가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soso였다. 내가 이렇게 무미건조하게 이야기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결과보고서의 내용이 개인 맞춤으로 구체적이지 않았다. 평소 인성 검사 등 심리 검사를 좋아하고 또 많이 해본 입장에서 상당히 기대를 했는데, 그런 기대에 못 미쳤다. 개인별 검사 결과에 대한 해설 내용보다는 공통적인 문항 해설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두 번째는 면접 항목이 적었다. 'AI면접 모의고사' 란 이름처럼 AI와 주고받는 면접 질문을 많이 기대했는데, 내가 진행한 면접은 기본면접 질문 3개, 상황대처 1개, 심층면접 1개로 총 5개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각 문항별 면접 평가보다는 종합적인 평가 위주로 각 항목별 피드백을 받을 수 없었다.


세 번째는 너무 긴 AI게임 시간이다. 면접 질문 5가지는 길게 잡아도 10분을 넘지 않았다. 그럼 총 시간 40분의 대부분을 차지 하는 것은 어느 과정일까? 바로 AI게임이다. 총 7가지의 게임을 진행했고 각 게임별로 시간도 짧지 않았다. 그래서 전체 과정에서 이 부분이 제일 힘들었다. 그래도 평가를 잘 받기 위해 열심히 정답을 고르고 풀었다. 하지만, 결과보고서를 보니 정답을 많이 맞히는 것은 큰 의미가 없었다. 주 평가 기준은 '집중력'과 '성실도'였다. 물론 게임 결과에 6가지 역량으로 점수화되고 각각 항목별 평균 점수와 상대 비교를 할 수는 있지만, 이것을 통해 정확한 개인 분석을 하기에는 제공 데이터가 많이 부족했다. 원래 AI게임이 이런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실망이 컸다. 상담을 온 학생이 "AI게임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고 질문한다면, "음... 그냥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열심히 풀어, 단 너무 정답을 맞히기 위해 노력하지 않아도 돼!" 이렇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다..


결과보고서 샘플(면접 결과 분석) (좌: 열심 ver. / 우: 대충 ver.)
결과보고서 샘플(AI게임 결과 분석) (좌: 열심 ver. / 우: 대충 ver.)
결과보고서 샘플(사용 단어 결과 분석) (좌: 열심 ver. / 우: 대충 ver.)

그래도 단점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우선, AI직무역량평가 경험이 없는 취준생들에게 좋은 체험 시스템이다. 많은 분야가 그런 것처럼, 경험 없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두려움이 꽤 크다. 특히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렇게 사전 경험/체험을 해볼 수 있는 것은 정말 좋다. 또한 잡코리아의 양질의 채용 콘텐츠와 연계가 되면 취업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럼 이제는 내가 경험해 보고 또 여러 방법으로 모은 AI직무역량평가를 잘 받기 위한 TIP을 이야기하겠다.

언제나처럼 3가지 정도로 정리하면 깔끔할 것이다.


첫 번째는, 질문 답변 시 의식적으로 직무 핵심 키워드를 이야기한다. 그것도 자주, 많이! 문장이 말이 잘 안돼도 그렇게 상관없다. 아직 AI가 문장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없다. 그 보다는 시스템 알고리즘에 입력된 직무별 핵심 키워드의 노출 빈도수를 주로 평가한다. 나의 경우는 '인사' 직무를 선택했기 때문에 '성장, 협업, 공정, 평가, 교육, 핵심 인재, 유지, CDP' 등의 관련 키위드를 많이 이야기했다.


두 번째는, 차분하게 또 성실히 진행한다. 최대한 당황하지 말고 준비한 대로 하면 된다. 이론적으로 흔들리는 눈빛과 표정, 그리고 목소리 톤 등도 모두 평가 요소라고 한다. 또 게임에서 귀찮고 어렵고 지루해도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성실히 진행하는 것이 일관성 측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대충 찍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는, 면접의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즉, AI라고 무시(?) 하기보다는 진짜 앞에 면접관이 있다는 생각으로 어느 정도 긴장감을 가지고 진행한다. 그래서 표정, 말투, 눈 맞춤, 미소, 복장, 헤어, 화장 일반 면접에 필요한 부분을 모두 지키는 것이 좋다.


지금 몇몇 기업과 기관을 제외하고는 AI직무역량평가는 면접 평가 때 참고 사항으로 주로 이용된다. 또는 인성 면접처럼 적부 판단을 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빅데이터가 쌓이고 효용성, 정확성이 확보되면 분명 서류, 인적성, 면접처럼 하나의 당락을 결정짓는 개별 평가 절차가 될 것이다. 그때는 AI가 전체 문장에 대한 분석도 하고, 기업/기관 핵심 인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원자의 직무 및 기업 적합도 점수와 순위가 정확히 나올 것이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까? 가볍게 이야기 하면, AI가 더 발전되기 전에 취업하는 것이다! 앞으로 더욱더 평가 항목과 기준들이 고도화 될 것이다. 그래서 그전에 취업하는 것이 어떻게 보면 확실한 답이다. 물론 AI평가에 익숙해지는 것도 필요하다.


난 진로취업 관련 일을 하면서 항상 하는 생각이 있다. "만약 내가 지금 취업을 준비한다면 성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자신 없다. 그래서 지금 취업 준비생들이 존경스럽고 또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절대 가볍지 않음을 많이 느낀다. 이 때문에 취업준비생 뿐만아니라 나도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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