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버트 잡(JOB)생각, 두 번째
언젠가부터 미래에 이루고 싶은 꿈과 직업이 동의어가 되었다. 특히나 다양한 꿈이 존재했던 초등학교 시절을 지나(적어도 나의 초딩 시절은 그랬다) 세상이 어떤 곳인지 점점 알게 되는 중고등학교와 대학 시절 때는 더 그랬다. 이것이 잘못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교육 환경, 문화 안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직업을 선택하는 접근 방식의 문제이다.
직업을 선택하는 접근 방식의 문제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이 너무 적다. 지금 한번 휴대폰 또는 마우스를 내려놓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면서 아는 직업을 모두 말해 보기 바란다. 실제로 해보면 30개 이상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50개 이상 말한 사람이 있다면 상을 줘야 할 정도이다. 그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이 매우 제한적이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직업분류(KSCO)와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12,145개 정도의 직업이 우리나라에 있다고 한다. 미국은 우리보다 3배 정도 많다고 한다. 하여튼, 이렇게 많은 직업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직업은 고작 30~40개 정도이다.
이것이 왜 문제 인가하면, 우리는 보통 직업을 선택할 때 알고 있는 직업 안에서 찾기 때문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다. 모르는 직업(나와 남이 모르는)을 선뜻 선택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 결국, 우리는 30~40개 직업을 가지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나 '사'자가 들어간 직업들 말이다. 물론 이 방법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은 결코 아니다. 다음은 조승연 작가가 자기주도학습 관련 특강에서 한 말이다. 내가 현장에서 듣고 굉장히 공감했던 말이다. 그 말을 내가 이해한 대로 옮겨 보면,
"우리가 직업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나의 고객이 누구고, 어디에 있느냐?'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나에게 돈을 주고 나의 능력을 살 사람이 누구냐'는 것이다. 인터넷이 없던 60~80년대에는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4~5000만 명)이 주 고객이다. 하지만 모두 나의 고객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크게 0.1% 잡으면 4~5만 명 정도 된다. 그렇게 큰 숫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다 보니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나의 능력을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중적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다.(조금 전에 손가락을 접으면서 말했던 직업들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지금처럼 휴대폰만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우리의 고객은 누구 일까? 당연히 전 세계인이 될 것이다. 그럼 전 세계 인구를 60억으로 잡고 0.1%를 구해보면 600만 명이나 된다. 즉, 이제는 시장(나의 능력을 사줄 고객) 자체가 과거에 비해 엄청 커졌기 때문에 대중적인 직업만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 대신 생소하더라도 내가 잘하는 분야를 찾고 그것을 직업으로 삼아도 충분히 먹고살 가능성이 높아졌다.(60억 인구 중에 나의 능력을 사 줄 사람이 없을까....)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이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여러분도 공감하는가? 중요한 것은 우리 주변에 어떤 다양한 직업이 있는지 우선 알아야 한다!
이제는 시장(나의 능력을 사줄 고객) 자체가 과거에 비해 엄청 커졌기 때문에
대중적인 직업만 선택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럼 오늘의 주제인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내가 진로 상담할 때 보통 3가지로 이야기한다.
첫 번째, 직업 가치관이다. 가장 일반적이고 쉽게 적용할 수 있다. 우선, 나의 직업가치관을 알아보는 것이 첫 순서다. 워크넷 사이트에서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다.(이래서 내가 세금 내는 거지!) 사이트 안내에 따르면 직업가치관검사란? '당신이 직업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무엇인지를 확인해 보는 심리검사이다. 13대 가치 요인을 기준으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당신의 직업가치관에 적합한 직업분야를 안내한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에 종사할 때 당신은 해당 직업에 더욱 만족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중요한 것은 당연히 13개 가치 요인이다. 이를 나열해 보면,
'성취, 봉사, 개별 활동, 직업안정, 변화지향, 몸과 마음의 여유, 영향력 발휘, 지식 추구, 애국, 자율, 금전적 보상, 인정, 실내 활동'이다. 나의 검사 결과를 보면 나는 자율, 성취, 지식 추구가 중요하고 상대적으로 애국, 실내 활동이 덜 중요하게 나왔다. 이를 토대로 15개 직업을 추천받았고 다행히도 그 직업 안에 '기업교육전문가'가 들어 있었다. 그밖에 노무사, 예능계 학원 강사, 임상 심리사 등이 나왔다. 즉, 나는 지식을 추구하는 일에서 자율성을 가지고 성취 내는 직업이 나에게 맞다. 다른 비슷한 검사에서도 자율, 독립성 그리고 목표에 대한 성취가 중요하게 나온다. 하여튼, 이 직업가치관검사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신뢰성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참고 자료이다.
두 번째, 관심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직업보다는 관심 진로 분야에 집중이다. 예를 들어 보겠다. 보통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받으면 대부분 직업을 이야기한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요!' '야구선수요!' '셰프요!' 등이다. 하지만 이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우선 처음부터 직업의 선택 폭을 너무 좁히는 것이 좋지 않다. 처음에는 넓히는 것이 당연히 좋다.(물론 직업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다를 수 있다) 여러분들이 가장 이해하기 좋은 '셰프'라는 직업을 가지고 이야기하겠다. 이 직업을 선택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이유를 물어보면 80% 이상은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약, 이것이 진짜라면 그 학생들은 요리사보다는 '먹방 유튜브'나 '음식 평론가'가 더 낫지 않을까? 셰프는 고객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것이 핵심 직무고 먹방 유튜브나 음식 평론가는 그 음식을 맛보는 것이 핵심 직무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다소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다. 즉,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학생들이 보통 '셰프'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음식에 관심이 많고 또 관련된 직업 중 알고 있는 대표 직업이 셰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경우 당연히 음식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서 직업을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업이 너무 한정적이다. 음식 분야 중 조리에 관심이 있다면 한식, 중식, 양식, 일식, 기타 지역 음식과 할랄음식, 코셔음식(유대인 식품)과 좀 더 범위를 넓혀 바리스타, 제과제빵사 등이 있다. 식재료에 관심이 있다면 식재료 유통, 무역상, 식재료 재배 등이 있고 연구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신품종 개발 연구원이 있다.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식품 회사에 들어가면 되고 좀 더 전문적으로 하고 싶으면 푸드 스타일리스트도 있고 식품 연구가도 있고 방송에 관심이 있다면 식품 유튜버, 음식 사진 전문 작가, 음식 관련 기자 등도 있을 것이다. 즉, 음식이라는 관심 분야에 집중하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무궁무진하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는 관심 분야를 통해 직업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고 그다음에 직접 경험해 보면서 그 폭을 줄여 나가는 것이 좋다. 나의 경우도 진로취업 컨설턴트를 처음부터 희망한 것은 아니다. 나는 그냥 교육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직접 사람들을 만나서 다양한 정보와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고 그중에 하나가 바로 진로취업 컨설턴트였다. 하지만 내가 평생 진로취업 컨설턴트로 일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교육이 핵심이기 때문에 어떤 교육을 해도 상관이 없다. 나중에 노래교실이나 십자수 교실도 할 수 있고 커피를 배워서 바리스타 교육도 할 수 있다. 즉, 관심 분야에서 직접적으로 무엇을 하느냐는 도구이기 때문에 그 도구는 상황에 따라 충분히 변화될 수 있고 이것이 새로운 시대의 적응력을 높여주는 직업 융통성이다.
관심 분야에서 직접적으로 무엇을 하느냐는 도구이기 때문에 그 도구는 상황에 따라 충분히 변화될 수 있고 이것이 새로운 시대에 적응력을 높여주는 직업 융통성
세 번째, 시장의 크기를 보는 것이다. 글의 앞부분에 조승연 작가의 내용과 조금 다를 수는 있다. 핵심은 유망한 산업분야 즉, 일자리가 많은 분야를 선택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반도체 산업' '제약 바이오산업' 'IT산업'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 가는 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관련 연구개발자, 품질공정관리, 프로그래머 등이 있겠고 아니면 마케팅이나 영업을 하더라도 반도체, 제약 바이오, IT 회사에 들어가서 하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다. 일자리도 많고 그렇기 때문에 취업도 이직도 상대적으로 더 쉽다. 남들이 알아주는 것도 물론 있다. 예전에 서울에 있는 한 대학에 진로 프로그램 입찰 PT에 참가한 적이 있다. 준비한 내용을 발표하고 심사위원들에게 질의응답을 받을 때였다. 그때 첫 번째 들어온 질문이 이거였다. "학생들이 진로를 설정할 때,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 유망한 일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그때 '잘하는 일'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우선 학생들이 스스로 잘하는 일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일에 T.O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 는 것이었다. 그렇게 때문에 되도록 유망한 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돕는 것(교육 등 각종 지원)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 당시에는 쉽게 납득이 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천천히 생각해 보면 굉장히 중요한 말이었다. 물론 개인의 흥미&적성 또는 가치관 등을 배제하고 무조건 유망한 직업, 직종을 선택하는 것이 옳지는 않지만 그래도 유망한 산업, 직종에서 본인에게 맞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은 굉장히 현실적이고 중요하다.
이런 방법을 통해 직업을 선택한다면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는 좀 더 높을 것이다.
해외의 어느 통계자료에 따르면(정확한 출처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사람은 보통 일생동안 5~6개의 직업을 가진다'라고 한다. 그만큼 현재의 직업을 평생 동안 유지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처음부터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고정관념, 선입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