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개장터 4] 장기털이범 아닙니다. 억울해요.

본격 국민대통합 시리즈_어플에서 만난 경상도 여자와 전라도 남자 번외편

by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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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번 편은 번외편으로 나를 만나기 전의 우리 남편 이야기를 써볼까 해.


오래 사귄 전여자친구와 그렇게 끝이 나고 남편과 그의 친구들은 ‘우울하게 집에 있어봤자 뭐 하겠냐, 나가서 놀자!’ 이런 생각으로 나이트클럽엘 갔대. 거기서 부킹을 하긴 했는데 남편이 쭈뼛대니 상대 여자분이 남편한테 냅다 손가락 욕을 시전하고 자리를 떴다는 거야. 충격을 받은 남편과 친구들은 그대로 나이트클럽에서 나왔대. 지금도 남편은 그때를 생각하면 열이 받는대.(웃음) 뭐 얼마나 말을 못 했으면 그랬을까 싶기도 한데… 근데 나는 진짜 내 남편이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그 여자분은 눈이 엄청 높으셨을까?’ 이 생각부터 들더라. 진짜 얼굴만 봐도 너무 재밌는데? 미안, 그만할게. 나가지 말아 주십시오.


그러고 며칠 뒤에 SNS에서 데이팅 어플 광고를 보고 호기심에 다운로드를 했대. 당시 대화를 하던 여자 회원이 나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2명은 카톡 프로필 사진이 이상하더래. 외적으로 못생기고 그런 게 아니라 사기일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들고 만나면 장기가 털릴 것 같더래. 그중에서 나만 프로필 사진이 너무 멀쩡했대. 당시 나는 친구들이랑 놀러 갔다가 찍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해놨거든. 근데 웃긴 건 나랑 만날 약속을 잡고 나서도 카톡으로 내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자기 장기 털어갈 생각하지 말라는 말이었어. 아니, 누가 털어간대? 참나. 요즘도 차 타고 가다가 내비게이션이 후미진 골목으로 안내하면 서로 “자, 드디어 오늘이다. 나가면 내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이래. 참고로 둘 다 술 좋아해서 털어봤자 장기도 시원치 않을 듯.


나랑 폭풍 데이트를 한 두 번째 만남 때도 사실은 그 근처에서 친구랑 약속이 있었대. 근데 내가 ‘점심’이라는 미끼를 던져서 약속을 취소하고 나를 만난 거였대. 그러면 점심 제안을 내가 먼저 안 꺼냈으면 나와의 진전은 없었을 거냐 물어보니 그건 또 아니래. 대신, 본인 속도대로 조금 천천히 알아갔을 것 같대. 나도 모르게 내가 우리 관계에 속도감을 부여했나 봐. 그리고 그전까지는 상대적으로 적극적이지 않았는데 적극성을 띄게 된 계기가 뭐냐 물으니 카페에서 나눈 대화의 느낌이 좋았대. 나는 정말로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호수공원에서 내가 손을 잡아서’ 남편이 적극적인 태도가 된 줄 알았어. 나 혼자 이때까지 착각한 거였어.(웃음)


우리는 이렇게 만나서 3개월 동안 연애를 하고 곧바로 결혼 준비를 하게 됐어. 좀 빠르긴 하지? 나도 여전히 내가 ‘유부’라는 게 신기하긴 해.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다음 편에 또 풀어볼게. 늘 읽어줘서 고마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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