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산중 견인기

핸대서비서센타를 찾아서

by 진주아지매

그날 딸내미는 오전 근무만 하는 날이었어요. 기말고사 기간이라 시험 감독이 끝나면 조퇴를 내고 퇴근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휘파람을 불며, 구입한 지 6개월 된 애마를 끌고 나섰다죠.

첫발령지가 진주에서 65킬로나 떨어진 시골에 있어서 월요일 새벽밥을 먹고 나서면 금요일 저녁에야 돌아오곤 하는데, 그날은 집에 가서 엄마랑 여유를 좀 부려봐야겠다 싶었다나요.

룰루랄라 기분좋게 운전대를 잡아 10분쯤 달려 가다가 2차선에서 1차선으로 차선을 옮기는 순간, 또록! 처컥!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문제 발생 알림음과 함께 계기판에 경고 문자가 뜨더라네요.

<공기압 매우 낮음!>


타이어는 납작 내려앉아 있었습니다. 어쩐지 도로가 잔뜩 너저분하더라며 딸내미가 분통을 터뜨렸죠.

딸내미가 젤 먼저 한 건 아빠한테 알리는 거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큰일이 생겼다 싶으면 항상 아빠한테 전화하는 습관이 있었거든요.

딸내미 구원 요청에 남편은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주었고, 이제 딸내미가 조금 정신을 차리려는데

뒤쪽 도로에서 뒤따라오던 차 한 대가 비상등을 켜고 길가 풀섶에 비상 주차를 하더라는군요. 역시 도로에 널부러진 파편을 밟고 타이어가 나간 차였던 거죠.


뭐 그래도 혼자보다는 동지가 있다는 게 확실히 나았을 겁니다. 지나가는 차도 별로 없는 국도변에서 두 대의 펑크 차는 비상등을 켜고 20분을 기다렸고 드디어 견인차가 도착했지요. 하지만 견인차는 딸내미보다 뒤에 펑크난 차량 앞으로 가 그 차를 후미에 매달더니 차주와 함께 사라지더라는군요. 분명 먼저 펑크가 났고 비상 주차도 먼저 했으니 딸내미를 먼저 데리고 가야 하는 게 맞는데... 맞으면 뭐합니까. 그 차들은 먼저 펑크 난 차를 두고 유유히 가 버렸는데요.

그리고 또 한 20분 가량 지나서 견인차 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오더랍니다.

남은 견인차가 없다며 45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겨우 45분 뒤 낡은 견인차 한 대가 도착했는데 좀 이상하더래요.

차 후미부에 뭐가 하나 달랑거리더랍니다. 딱 봐도 너무 낡아서 붙어 있어야 할 게 떨어진 거 같았는데, 그래도 견인차 기사는 딸아이 차를 견인차에 올려 계속 뭔가를 작동시켰고, 아무래도 뭐가 잘 안 되는 눈치더랍니다.

결국 기사는 차에서 내려 어딘가 전화를 걸더라는군요.

견인차가 고장이 났다나요...


예기치 않은 타이어 펑크에, 1시간 30분이나 기다려 도착한 견인차마저 고장이라니... 딸내미는 기가 막혔다나 봐요.

그리고 하릴없이 견인차 기사님과 딸내미는 또다른 견인차를 기다렸죠. 여름의 태양이 작열하고 사람 하나 뵈지 않는 국도변에 타이어 나간 차량 한 대와 고장난 견인차 한 대. 기사님과 딸내미는 어색한 미소를 교환한 뒤 멀찍이 떨어져 섰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친하게 지내던 동료 교사들 차가 지나가더래요.

- 왜 그러고 있어요?

- 도로에 떨어진 파편 밟아 타이어 나갔어요ㅜㅜ

- 어우! 어떡해! 진주까지 태워 줄까요?

- 이 차는 어떡하고요?

- 걍 버리세요 ㅋㅋ

동료 맞나요? 평소 농담 따먹기를 너무 많이 한 부작용이었다나 봐요.



그리고 또 30분을 기다려서 제대로 된 견인차 두 대가 왔다죠. 하나엔 딸내미 차를 매달고 나머지 하나엔 고장난 견인차를 매달고 두 대의 견인차는 각자의 길을 떠났고요.

새로 온 견인차의 기사님이 제일 가까운 카센타로 가면 되냐고 물어서, 딸내미는 아빠가 시킨 대로 진주 블루핸즈 평거점으로 가자고 했다지요.

견인차 기사님은 차에 설치된 내비를 향해 이렇게 외치더랍니다.

- 핸대 서비서 센타!

- 잘 못 알아 들었어요. 다시 말씀해 주세요!

답답한지 기사님은 한 자 한 자 끊어

- 핸.대.서.비.서.센.타.

- 존재하지 않는 장소입니다. 다시 한 번...

- 하이고! 진짜 답답하네!

ㅋㅋ 인공지능이 그 발음을 알아들으려면 기술이 더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요?

결국 견인차 기사는 딸내미에게 바톤을 넘겨 겨우 한 시간만에 블루핸즈 평거점에 갈 수 있었죠.


딸내미 전화를 받고 저도 블루핸즈 평거점으로 갔지요.

근데 말이죠. 견인 비용을 내라고 하네요. 보험사에서 비용처리 해주는 건 10킬로까지라서 나머지 50킬로의 비용을 물어야 한다면서.

아빠 말을 믿고 진주까지 차를 견인해 온 딸내미는 결국 견인 비용을 내야 했습니다. 그래도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5만원은 깎아줘서 6만원만 낸 거랍니다. 사실 기사님이 무슨 잘못이겠어요ㅠㅠㅠ


펑크 난 오른쪽 타이어는 완전 주저앉아서 30만원을 주고 새 타이어로 교체해야 했지요. 카센터 직원이 그러더군요.

- 빵꾸 나는 순간 바로 길가에 세워야 됩니다. 이 정도면 몇백미터쯤 차를 몰고 간 긴데?

- 달리는 차가 어떻게 바로 멈춰요! 그 국도엔 주차할 공간도 없었다니까요!

딸내미의 항변에도 아랑곳없이 직원은 침착하게 할 말을 다 하더라구요.

- 요즘 차는 워낙에 정밀해 갖꼬 오른쪽 하나만 갈고 나면 휠 바란스가 안 맞아서 계기판에 오류가 뜰 수 있거든요. 그땐 왼쪽 타이어도 교체하러 오셔야 됩니다!


오전에 근무를 마치던 일주일 전 그날은,

오지게 운수 나쁜 날이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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