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으로 빚은 일상 2

2. 다시 춤추고 싶은 당신에게, 나의 첫 살사

by 갱s토리

첫 환자였던 그녀가 끝내 눈을 뜨지 못하고 병원을 떠났을 때, 나는 치료사로서 깊은 무력감에 빠졌었다. 84만 원의 월급보다 나를 더 괴롭힌 건 '내가 정말 누군가를 바꿀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절망의 끝에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입원한 한 50대 아저씨의 엉뚱하고도 강렬한 선전포고였다.


"선생님, 나 다시 일어서면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살사 춤을 추고 싶어."


보통은 '혼자 밥 먹기'나 '화장실 가기'를 목표로 삼는데, 아저씨의 목표는 뜻밖에도 정열적인 춤이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지만, 아저씨의 눈빛은 진지했다. 마비된 다리에 힘을 주고, 균형을 잡는 지루한 재활 훈련 속에서도 아저씨는 늘 음악을 흥얼거리셨다. 그 열정에 보답하고 싶어 나 역시 사고를 쳤다. 퇴근 후, 84만 원의 얇은 월급봉투를 쪼개 사교댄스 학원 등록권을 끊은 것이다.


낮에는 치료사로 환자의 손발을 움직이고, 밤에는 초보 무용수가 되어 스텝을 밟았다. 아저씨의 재활 목표를 '살사'로 잡고 나니 훈련은 한결 즐거워졌다. "아저씨, 이 스텝을 밟으려면 발목 힘이 더 필요해요!"라고 다그치면, 아저씨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으며 버텨내셨다.


마침내 아저씨의 퇴원 날이 왔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왔던 아저씨는 이제 당당히 두 발로 서 계셨다. 우리는 치료실 한가운데서 약속했던 마지막 의식을 치렀다. 서툴지만 경쾌한 살사 음악이 흐르고, 나는 아저씨의 손을 잡았다. 아저씨의 스텝은 그 어떤 프로 댄서보다 견고했고, 그 눈빛은 다시 찾은 삶의 환희로 빛났다. 병원 복도에서 시원하게 살사 한 곡을 완곡하고 환하게 웃던 아저씨의 모습은 내 치료사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명장면이 되었다.


지금도 아저씨는 주말마다 춤추러 다니며 제2의 인생을 만끽하고 계신다고 한다. 누군가의 무너진 일상을 세우는 것에서 나아가, 잃어버렸던 '꿈'까지 되찾아주는 일. 84만 원의 월급보다 훨씬 더 값진 살사 한 곡의 추억이 오늘도 나를 치료실로 이끈다.

작가의 이전글손끝으로 빚은 일상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