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문맹은 생존의 문제
Q1. 혹시 투자하며 후회스러운 경험도 있으실 것 같아요. 알려주시죠.
A: 엄청 많죠. 일단 자본주의에 대해 모르고 돈만 많이 부은 것들 다요.
그중 손실을 본 것도 있고, 운이 좋아 수익까지 이어진 것도 있습니다.
Q2. 제일 크게 손해본건 어느 정도인가요?
A: 작년인가 책과 블로그를 보고 외화를 분할매수 분할매도 했었어요. 삼일에 한 번 정도 꼴로 하루에 2-3만 원 정도 벌었죠. 근데 수익이 너무 감질나는 거예요.
분할로 4848 하다가 언제 부자 되나..
그들은 틀렸어..
이것 봐 한꺼번에 하니 오늘도 수십은 벌었는걸!
그래서 있는 돈 없는 돈 대출 낸 돈까지 한 번에 넣었다가..... 맞아요. 마구 떨어졌습니다.
슬퍼...
삼 일간 기도하다 알아보다 정신없기를 반복
문제는 기한이 있는 돈이어서 일주일 사이에 거의 아반떼 한 대 값을 손절했었어요. 이때 잠들어 있는 아이를 보며 미안하다고 속으로 얘기했던 기억이 있네요. 하락장에 주식 토론방 들어가 보면 '엄마 미안해', ' 아들아 미안해' 이런 글 보이곤 하는데 이때 생각나요.
그 이후에 1년 정도 제 돈으로만 원칙 지켜서 분할매수, 분할매도 하고, 공모주 투자하고, 미국주식과 환차익으로 이삭 주워서 아반떼 값을 다시 되찾게 되었어요.
깨달은 점>
1) 기한 있는 돈, 급한돈으로는 투자하지 말 것
2) 몰빵 투자할 거면 단디 공부하고 들어갈 것
Q3. 운이 좋아 수익까지 이어진 건 뭔가요?
A: 전세를 계속 살다가 2016년쯤 경기도 외곽에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를 계약했어요. 일부러 투자하려고 거기에 산건 아니었고, 둘째가 아토피가 있어서 언젠가 다 지어지면 들어가서 살아야지 하고,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샀던 거였어요. 남편과 사전에 얘기하지도 않고 덥석 계약금부터 넣었어요. 게다가 더 어이없는 건 실제로 보지도 않고 샀다는 거예요.
와... 지금 생각하면 이토록 무지했을까 싶네요.
전 지주택이 왜 위험한지도 몰랐고.. 그냥 싸게 산건 줄만 알았어요. 근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계약할 때 확정분양가라고 도장 쾅 찍어주었던 것은 법적 효력도 없었습니다. 토지 매입도 문제가 있어서 사업시행 인가도 하세월이었어요. 게다가 조합장은 토지주들과 짜고.. 알 박기를 했네마네 돈을 더 달라네마네..
아...
그 피 말리는 시간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아요.
조합장까지 바꾸는 임시 총회도 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사업이 엎어지면 계약금을 넣었던 것도 못 받을 판이고, 조합원 중 일부는 소송을 해서라도 계약금이라도 받겠다고 들고일어났었어요.
이때 살고 있는 집의 전세금은 마구 뛰어서 미춰버리는 줄 알았어요. 아가씨 때부터 넣었던 보험도 반이상 손해 보고 깼고요. 이때의 선택으로 나중에 암 진단금도 못 받았으니 금융지식이 없으면 내 돈도 못 지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편과 상의라도 한 거였으면 그나마 대책회의라도 하겠는데 다 혼자 벌인 일이라서 너무 괴로웠어요.
중간에는 브릿지론이라고 조합원들 대상으로 제2 금융권에서 높은 이율로 대출도 받아야 했어요. 요즘에 PF부실문제가 터지잖아요? 고것보다 더 이율도 높고 더 위험한 대출이에요. 극초기에 담보 잡을 게 없어서 사업성만 보고 대출을 해주는 거가 pf대출인데 그걸 연결해 주는 게 브릿지론이 더라근요. 이율도 엄청 세고.... 그당시 휴직이다 보니 배우자 소득원도 요구하더라고요. 공무원이고 나발이고 넌 지금 돈 안 벌 자나인가 봐요.
남편도 알고는 있었지만 사과는 처음 했어요.
미안하다고,, 다시는 혼자 결정하지 않겠다고요.
본인도 제가 아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집 마련하자는 말을 무시한 탓도 있다며 소득원을 떼다 주었습니다. 둘째 아가띠하면서 대출조서 쓰러 가서는 대출해 주시는 분 앞에서 울면서 도장 찍었네요. 신체포기각서 쓰는 기분이었어요. 써본 적은 없지만..
옆에 깍두기 같은 분들도 계셔서 그것도 무서웠고요.
다행히 한 조합원께서 조합장을 바꾸자고 나서주셨습니다. 그분이 조합장이 되고, 곪아터진 부분 도려내면서 착공허가가 떨어지게 되었어요. 2020년쯤에야 완공이 되고, 젊은 청년에게 임차를 맞추었어요. 2014년부터 상승장이었으니 그 좋은 세월 마음만 졸였던 거죠. 그래도 대출 없이 월세를 맞추니 마음이 정말 편했습니다.
아시다시피 2021년에 전국에 부동산 광풍이 불었고, 전국 곳곳에까지 훈풍이 불어서 외곽인 이 아파트까지 온기가 퍼지더라고요. 그러다 2021년에 실거주할 집을 미리 갭끼고 사놓고 2022년에 일시적 1 가구 2 주택 받아야 해서 팔게 되었네요. 올라가는 자산을 파는 게 왜 그렇게 어려운지 아마 비과세가 아니었다면 못 팔고 계속 끌어안고 있었을 거예요.
아무리 계산기를 두들겨봐도 두채 다 들고 가서 양도세 내는 것보다는 비과세를 받는 게 유리했어요.
같은 상황의 물건과 취득세 8 퍼만 내고 바꾸는 교환매매도 생각해 봤지만 서로의 물건이 제일 좋다는 생각에 이루어지지가 않았어요.
비과세로 털자고 결론을 내리고 이게 진짜 최선인지 세금공부를 엄청나게 했던 것 같아요. 매도할 집은 계속 청소하고요. 전 이제 곰팡이 없애기 고수예요. 수전과 거울을 빤딱빤딱하게 만드는 정도는 껌입니다.
매수 기운은 한풀 꺾였지만 대선 부근 기대감과 단지 내 최저가로 내놓아 집은 많이 보러 왔었어요.
안 나가서 그렇지.
아오, 이것도 기한 내에 팔아야 해서 얼마나 애가 타던지... 이 비과세 조건은 정말 난이도 헬이었어요. 텔레마케터 마냥 자주 부동산 소장님들께 전화드려서 수수료 더 드린다고 하고, 옆동네 앞동네 가릴 곳 없이 깡그리 냈었어요. 그래도 시간만 가더라고요. 대선 전 기대감에 어느 분이 제 호가보다 천만 원 싸게 해 주면 보름 안에 잔금 치른다고 했는데
결국 그때 못 팔았어요.
그때 마음은
지금도 최저가인데 참 내.,
그리고 천만 원이면 오징어채가
도대체 몇 개야...
돈의 가치평가는 오징어채..
손해 보기 시른 그 마음.. 매도가 처음이라 그랬을까요.
시간은 계속 가서 데드라인에 두 달 남짓?
남편한테 조언을 구하니 가격을 확 낮추라고 하더라고요. 나름 rr인데도 1층과 가격을 같게 내놓는 게 속상했지만 더 낮췄습니다. 하루에 천 만원씩 깎다가 어느 신축을 마음에 들어 하는 신혼부부에게 호가에서도 천만 원을 또 깎아주며 팔게 되었어요.
거의 신축인데도 리모델링해서 들어오시더라고요. 잔금 받는 날을 경험시켜주고 싶어 둘째를 데리고 갔어요. 아이가 그때 얘기를 가끔 해요. 자기 부동산 가서 쿠키 먹고 왔다고요. 소장님께서 귀엽다고 사주셨거든요.
전 여기에서 3년 치 연봉을 비과세 양도차익으로 얻었습니다. 그 돈 중 천만 원은 자문료 겸 남편에게 선물하고 나머지는 지금 채권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때의 남편 표정이 기억나요. 첫째아이를 처음으로 안아볼 때 다음으로 행복해 보였어요. 둘째는 평소에도 많이 귀여워하니 서운하지 말았으면..
깨달은 점>
1) 부동산은 계약 전 남편과 상의할 것!
올라도 내려도 같이 책임져야 맘 편하다.
2) 부동산 사기 전에 최소한 임장은 갔다 오자.
3) 반대로 매수할 때는 기한 내에 꼭 팔아야 하는 물건을 잡자. 기한이 촉박하면 세일 퐉퐉! 해줍니다.
4) 현금이 급해서 파는 물건일 때는 깎아달라면서 대신 계약금을 많이 건다고 하면 서로가 이득일 수 있다고 하네요.
Q4. 수익을 얻었으니 좋네요. 운은 어떻게하면 따라줄까요?
A: 어쩌다 조건에 맞았을 뿐이에요.
투자는 잘 알아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를 잘 따져서 확신이 섰을 때 하길 바랍니다. 운에 기대서 투자하는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도 알았어요. 기회비용까지 생각하면 손해일수도 있고요. 얼마나 위험했는지 지금도 가슴이 서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