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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겁상실 Mar 25. 2024

하루 한 아이당 담임수당 400원

이미 오늘도 받은돈 이상을 일했다

2024년 들어서 초등학교 담임수당이 20만원이 됐다.(작년까지만 해도 13만원이었다.) 담임수당이 많고 적음을 떠나 난 이것에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이 수당을 한달 근무일인 20일로 나누면 하루 만원이 된다. 이것을 한 아이당으로 쪼개보면 약 400원 정도가 된다. 하루 400원어치 정도로만 내 에너지를 쏟으면 된다는 뜻이다.






나도 처음부터 이렇게 계산적인 녀자는 아니었으나

암진단을 받고 다시는 예전처럼 살면 안되겠기에 살 방도를 찾아나서다가 여기까지 오게 됐다.



아마 전국 어느학교 어느교실에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담임선생님의 에너지를 반이상 가져가는 아이 몇명과 다른 나머지 아이들... 이 인구구성은 참으로다가 과학적이어서 인간 군상을 모아놓은 곳이라면 여지없이 적용될 것이다.



군대(가보지는 않았으나....), 회사, 교직원, 엄마모임, 동창, 자영업자들이 만나는 손님들...

불특정 다수를 대하는 곳에는 여지없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선량한 대다수와 한두명의 진상이 구성되어있고, 그 한두명은 사람들에게 에너지 소진의 원인이라는 것!



이젠 이 구성분포는 직업을 때려치지 않는 이상 내가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실로 참으로도 오래걸리기도 했다. 15년 가까이 사회에서 구정물을 다 묻히고서야 깨달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금에서라도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의 인생에 크나큰 보탬이 되지 않을까?



물론 새학년 봉투뽑기(담임선생님이 무작위로 가,나,다가 써있는 봉투를 뽑아서 자기 반을 결정) 운도 어느정도 필요하긴 하다. 그치만 운은 정말 대접에 한 스푼일 뿐이다. 그 전학년도 선생님들이 모여 섞고, 섞고, 회의하고, 또하고 해서 나온 결정이었으니 말이다.





어딜가나

나의 에너지를 쓰게 만드는 한두명은 꼭 있고,

늘 화가 나있는 학부모도 있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그 한 두명과 설득을 하든, 사랑으로 감싸든, 달래든 끝장을 보려고 노력했던 것들을 많이 내려놨다는 거다. 돌이켜보면 사람은 대화를 하면 다 진심이 전달될 수 있다는 성선설을 믿었었나보다.

아니, 진심은 통할거라는 말을 철저히 받아들여서 사단이 난것 일수도 있다. 아님 나도 사람을 바꿀 수 있다는 오만함이 있었는지도...


이전에는 이렇게 했었다.

1.소리지르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악을 쓰는 아이에게 ->무슨 속상한 일이 있니 상담상담


2.친구가 하지 말라는 데도 물건을 숨기거나 뺏는걸 즐기는 아이에게는 -> 친구의 마음에서 얼마나 속상하겠니 마음을 알아보자 상담상담


3.친구 발을 밟아 놓고도 니 발이 여기 있어서 잘못이라는 아이 -> 상대의 영역을 침범한 것은 너다, 사과하는 것이 어떻겠니 상담상담


4.해보자 하면 왜요? 싫은데요? 안하면 안돼요? 세트만 주구장창 말하는 아이 ->이 활동이 왜 필요한지 일장연설.....갑자기 인성교육시간으로 시간은 흘러흘러...



그래서 결과는

집까지 이어지는 학부모의 하소연과 다음날 상담을 해야한다는 그 찜찜함.

대화를 하고 수긍을 한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전혀 바뀌지 않는 아이.

수업시간 의미없이 딴지거는 아이와 개싸움 급으로 말싸움 했던 시간들...나이차이가 거의 서른도 넘는데...하아

문제행동은 무슨 원인이 있을거라 생각해서 많이 들어주려고 했던 나의 시간들...늦어지는 퇴근시간...

결국 점점 시들어가고 내 가정에 있는 아이도 제대로 안아주지 못해서 이도저도 아무것도 안되고 있다는 절망감


사는게 지인짜 재미 없네...... 돈은 버는데 집한칸 장만 못한 난 노예인가...그런거였네....죽는대도 여한없네..... 암 진단.....


누군가는 그랬다.

우울함의 척도는 노래를 얼마나 부르는가에 따라 달린거라고.

그당시 난 정말 하루에 한소절도 부르지않았고 웃지 않았다.




이젠 하루 400원 어치만 신경쓴다.

예전에는 그 한 아이에게 하루 만원이 아니라 거의 10만원치 에너지를 쓰고 다른 아이들에게 오히려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이렇게 바꾸었다.


1)계속 소리지르는 아이 ->학교 규칙대로 두번 경고 후 타임아웃 10분 ->물론 안간다고 하지만 갔다와야만 어떤 활동도 할 수 있다고만 하고 끝 -> 왠만한 ADHd, 분노조절 아이 모두 관심을 꺼야 잦아들었다.


2)친구를 괴롭히는 아이 -> 눈 레이저 발사 -> 100마디 말보다 눈빛 하나가 더 갚지다. 눈빛은 아동학대 아니니께...아니 애매하니께...

(예전에 친구 괴롭히는 아이를 힘을 써서 제지하다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었다.

억울하다기보다는 겁이났다. 내가 잘못한거였으니까. 힘을 쓰면 안된다고 현행법은 그러했다. 소송에 가면 2-3년은 기본이요 패소하면 파면에 10년 취업제한이니.. 이렇게 내 인생은 끝난다고 생각했었다. 개미한마리 못죽이는 내가 범죄자가 되는건가.. 앞으로 난 사회에서 쓸모가 없겠구나. 내아이들을 두고도 죽음을 생각했다.  

다행인지 뭔지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기분이 더러웠고, 그 아이를 미워하고 증오하느라 내가 시들어갔다.)


3) 밤늦도록 이어지는 학부모 상담을 가장한 하소연 -> 일과 시간 이내에만 상담 앱 설정


4) 지각, 조퇴, 결과 체험학습 등 출결에 대한 모든 아쉬움과 봐달라,,,미안하다 연락 -> 융통성 전혀 없이 규정대로 처리 -> 지각 할 수도 있지요. 그치만 지각처리됩니다.


5)자기맘대로 안된다고 엎드려있는아이-> 냅둔다


6)싫은데요? 안하면 안되요?->(속으로)뭐래? 라면서 대꾸도 안함. ->집요하게 안하면 어떻게되는지 물어보는 아이에겐 ->하고싶은 만큼만 하라고 안내

->끝


뭐 큰일나는게 있겠나요.


난 지금 매일이 행복하다.

매 시간 노래를 부르며 수업을 시작하고(난 노래부르는 재미로 학교온다...)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은 400원 어치만 관심을 주고있으며, 신기하게도 그 아이들은 그만큼만 사고를 치고있다....ㅎㅎ 그리고 제일 좋은 건 다른 아이들에게도 골고루 사랑을 나누고 있다는 점이다. 티키타카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가정에서 엄마가 해이듯이(안의 해 =아내)

교실에서는 담임선생님이 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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